"이렇게 황당한 올림픽은 처음"…손 내밀고 승리 따낸 한국 선수들은 '반짝' [이슈크래커]

입력 2024-07-29 16:55수정 2024-07-29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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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상욱(왼쪽)이 2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 결승 튀니지 파레스 페르자니와의 경기에서 튀니지 파레스 페르자니를 일으켜 주고 있다. (뉴시스)

그야말로 '갈 데까지 갔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올림픽입니다. '2024 파리올림픽'이 27일(이하 한국시간) 개막했는데요. 대회 초반부터 벌어진 각종 촌극에 혹평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 근대 올림픽이 개최된 건 1900년 제2회 대회와 1924년 8회 대회에 이어 올해가 세 번째이자 100년 만인데요. 한 도시에서 하계 올림픽을 세 번 여는 건 영국 런던(1908년·1948년·2012년)에 이어 파리가 두 번째입니다.

세계 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답게, 사상 최초로 '강 위'에서 개회식을 열면서 화제를 빚었습니다.

선수단 행진은 프랑스 파리의 식물원 근처 오스테를리츠 다리를 출발해 에펠탑 인근 트로카데로 광장까지 이어졌습니다. 강의 양옆에 펼쳐진 노트르담 대성당, 파리 시청 건물,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콩코르드 광장, 그랑 팔레 등 대표적인 명소들을 지나 에펠탑 인근에 도달하는 코스로 구성돼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볼거리가 됐죠.

그러나 시작부터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한국 선수단이 배를 타고 들어올 때 장내 아나운서가 한국을 '북한'으로 소개한 겁니다.

이런 실수(?)는 한두 번이 아닙니다. 네티즌의 눈에 띈 오류만 수 개인데요. 아직 대회 초반인데도 "이렇게 황당한 올림픽은 처음"이라는 아우성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죠.

▲26일 2024 파리하계올림픽대회 개회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을 잘못 소개한 사고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통화를 했다고 대한체육회가 27일 밝혔다. 사진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겸 IOC위원, 김종훈 대한체육회 명예대사, 에티엔느 토부아(Etienne Thoboi) 2024파리올림픽조직위원회 CEO, 이아니스 쟈쇼(Yiannis Exarchos) OBS CEO 등이 배석한 가운데 토마스 바흐 위원장이 윤 대통령과 통화하는 모습. (사진제공= 대한체육회 제공)

'북한' 두 번 부르고 금메달리스트 이름 잘못 적었다…엉망진창 파리

먼저 이날 센강에서 진행된 올림픽 개회식에선 장내 아나운서가 유람선을 타고 입장하는 한국 선수단을 북한 선수단으로 소개하는 실수를 범했습니다.

48번째로 등장한 한국 선수단을 프랑스어로 'R´epublique populaire d´emocratique de Cor´ee', 영어로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알린 건데요. 모두 북한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153번째로 입장한 북한의 순서 때는 정확하게 소개해 이날 개회식에서는 대한민국은 온데간데없고 북한만 두 번 소개된 셈이 됐죠.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X(옛 트위터) 한국어 서비스 계정에 "개회식 중계 중 대한민국 선수단 소개 시 발생한 실수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으나, 영문으로 운영되는 계정엔 어떤 언급도 없어 뭇매를 맞았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IOC에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요청했습니다. 장미란 문체부 차관도 현지에서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정강선 선수단장도 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를 상대로 조속한 대응을 부탁했죠.

결국 바흐 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화해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 발생했으며, 정중하고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이어 IOC는 28일 홈페이지에 사과 성명을 발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고 유인촌 문체부 장관,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정강선 선수단장 앞으로 공식 사과 서한도 보냈습니다.

그러나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심기를 또 건드렸습니다. 개회식 당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한국 선수단 사진이 논란이 된 건데요. 다른 국가들에 비해 한국 선수단 사진만 초점이 흐릿하게 나가면서 얼굴과 태극기가 잘 보이지 않자 올림픽 SNS 채널 운영이 허술하기 그지없다는 비판이 쏟아졌죠.

28일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니지)를 15-11로 물리치고 '한국 1호 금메달'을 딴 오상욱(대전광역시청)의 소식을 전하면서 이름을 잘못 기재하는 대형 실수까지 벌였습니다. 인스타그램 글에 오상욱의 영문 이름 'Oh sanguk'을 'Oh sangku(오상구)'로 오기한 건데요. 이런 실수(?)가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황당한 실수가 한국에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 개회식에선 선수단 규모가 작은 콩고 선수단을 모터보트 수준의 작은 배에 태우고, 배에 사람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나이지리아 여자농구 대표팀의 배 탑승을 거부하기도 해 빈축을 샀죠.

선수 입장에 이은 개회식 행사가 열린 트로카데로 광장에선 오륜기를 다는 순간 깃발이 거꾸로 매달려 올라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릴의 피에르 모루아 경기장에서 열린 남수단과 푸에르토리코의 남자 농구대표팀 경기 전에는 남수단의 국가 대신 다른 나라의 국가가 흘러나왔는데요. 주최 측은 약 20초 만에 잘못된 국가의 오디오 재생을 멈췄고, 약 3분 후에야 제대로 된 국가가 흘러나왔습니다.

▲2024 파리 올림픽 개회식 공연 장면. (출처=올림픽 공식 채널, X 캡처, 뉴시스)

"파격적이고 신선해" vs "올림픽과 뭔 상관"…개회식 영상, 결국 '삭제'

개회식 일부 장면은 관람객들이 고개를 갸웃하게 했습니다.

이날 개막식 공연엔 성별을 구별하기 힘든 외모와 옷차림의 무용수, 모델들이 여럿 등장했습니다. 이들 중 여럿은 선정적인 춤과 몸짓을 선보였는데요. 행사 도중 상영된 사전 제작 영상에선 남성·여성·성 소수자로 추정되는 인물 세 명이 계단을 뛰어올라 한 방에 들어가 서로 포옹한 뒤 '방해 말라'는 듯 문을 닫는 장면이 나왔죠.

이 장면과 관련해 SNS상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습니다. "성적 다양성을 포용하는 프랑스 특유의 강점이 잘 드러난 영상"이라는 호평도 있었으나, "지나치게 선정적이다", "동성애는 차치하고 다자(多者) 연애를 장려하는 거냐" 등 비판이 쏟아졌죠. "이건 전 세계가 보는 올림픽이지, 포르노가 아니다"라는 일침도 나왔습니다.

프랑스 가수 필리프 카트린느는 파란 망사 옷을 입고 꽃과 과일 모형에 둘러싸여 깜짝 등장했습니다. 사실상 나체 상태였는데요. 술과 욕망의 신 디오니소스를 패러디한 카트린느는 마치 술에 취한 듯한 표정과 자세로 신곡 '벌거벗은'(Nu)을 불렀죠. 이 노래 가사에는 사람들이 태어났을 때처럼 벌거벗은 채 살았다면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고, 부자와 가난뱅이도 없을 것이며, 날씬하든 뚱뚱하든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 장면은 모로코, 알제리,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선 검열로 인해 송출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졌습니다.

사람들 반응도 엇갈렸는데요. "개회식 최고의 장면 중 하나", "프랑스만이 할 수 있는 무대" 등 호평도 나왔지만 상당수 네티즌은 "창피하다", "올림픽과 무슨 상관이냐", "프랑스인 말고 전 세계 아무도 이해 못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심지어 현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만약 개회식의 미적 통일성을 완전히 망치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도 금메달은 카트린느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솔직히 아무도 예상 못 한 모습이었다"고 고개를 저었습니다.

이 장면이 나오기 직전 무대도 비난을 자아냈습니다. 성인의 후광(後光)을 상징하는 듯한 왕관을 쓴 여성을 가운데 두고 양쪽에 여장 남성 모델(드래그퀸)들이 늘어선 것을 보고 프랑스 가톨릭교회 등에선 "신성 모독", "기독교 조롱"이라고 거세게 비판한 건데요.

논란이 거세지면서 조직위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앤 데캄프 조직위 대변인은 개막식 공연과 관련해 "어떤 종교에 대해 무례함을 보이려는 의도는 없었다"면서도 "만약 불쾌함을 느꼈다면 정말 죄송하다"고 29일 전했는데요. 조직위는 전날 개막식 하이라이트 영상의 댓글 사용을 중지한 데 이어 이날엔 아예 영상을 비공개 처리했습니다.

이 밖에도 프랑스의 마지막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머리가 잘린 모습으로 무대에 등장하거나 피가 분출되는 듯한 연출 등 기괴한 장면이 잇따랐는데요. 프랑스 혁명의 역사와 공화국의 가치를 강조하기 위한 퍼포먼스였겠지만, 모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데엔 실패한 모양샙니다.

▲임시현, 전훈영, 남수현이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보고 있다. (뉴시스)

화제성도 저조…그럼에도 빛나는 한국 선수들, 금빛 항해 계속

지상파 3사가 중계한 개막식 시청률도 저조했습니다.

29일 시청률 조사기업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상파 3사가 27일 오전 2~6시 중계한 개막식 생중계의 누적 TV 시청률은 3.0%를 기록했습니다. 채널별로 보면 KBS1 1.4%, MBC 1.0%, SBS 0.6%로 집계됐죠.

지상파 3사 합계 17.2%를 기록한 2021년 도쿄올림픽 개막식 생중계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입니다. 당시 시청률은 KBS1 8.4%, SBS 4.8%, MBC 4% 순으로 나타났죠.

물론 시차의 영향도 있습니다. 프랑스와 한국의 시차는 7시간입니다. 그러나 지난 올림픽 대회의 개막식 TV 시청률 합계를 살펴보면 2012 런던올림픽 당시 14%,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는 20%였죠. 각각 8시간, 12시간의 시차가 나는 터라 시차만으론 저조한 시청률을 설명할 순 없습니다. 게다가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개막식이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새벽에 열렸다는 점에서 기대에 다소 못 미치는 수치라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시청률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는 올림픽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졌다는 사실이 거론됩니다. 한국의 인기종목들이 본선 진출에 실패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열리는 8개 구기 종목(핸드볼, 수구, 농구, 하키, 축구, 핸드볼, 럭비, 배구) 중 한국이 출전하는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유일합니다.

현지에서 벌어지는 각종 실수와 저조한 화제성과 별개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은 빛나고 있습니다. 29일 오후 4시 기준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종합 5위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상대 선수에 대한 배려로도 박수를 받은 오상욱이 대회 첫 금메달을 획득한 데 이어 사격 여자 10m에서 오예진(IBK기업은행)이, 또 양국 여자 단체팀이 각각 금메달 1개씩 추가했습니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 참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대회 목표도 줄어들었는데요. 대한체육회는 이번 대회 목표를 금메달 5개, 종합 15위 안에 드는 것으로 세웠죠.

그러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대회 초반부터 메달을 다수 수확하면서 생각보다 빠르고 힘찬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최강' 양궁에서는 여자 개인, 남자 단체, 남자 개인, 혼성 등 4개의 메달이 남아 있고 펜싱, 사격, 배드민턴과 육상 높이 뛰기, 수영 등에서도 추가 메달이 기대됩니다.

조심스럽지만 사격은 역대 최고 성적까지 바라보는 상황입니다. 런던 대회의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기록인데요. 반효진(대구체고)이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정조준하며, 25m 권총에 출전하는 양지인(한국체대)과 김예지, 여자 50m 소총 3자세에 나서는 이은서(서산시청)도 메달을 노릴 정도로 분위기가 좋습니다. 공기권총 혼성, 남자 속사권총도 얼마든지 메달이 나올 수 있는 종목이라 '금빛 총성'이 조금만 더 울린다면 역대 최고 성적도 꿈만은 아니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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