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밸류업 프로그램, 주주환원에 지나친 관심
"과도한 배당ㆍ자사주 매입은 투자재원 감소시켜
비과세 혜택 등 장기투자 유도 인센티브 마련해야"
밸류업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 주주환원보다 투자를 통한 중장기적인 기업 성장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4일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일본의 자본시장 개혁 노력이 우리나라 밸류업 프로그램에 미치는 시사점' 보고서에서 "과도한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은 기업의 투자재원을 감소시켜 장기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하락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올해 초 상장사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때 배당,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관련 지표가 핵심 지표로 포함됐고, 계획을 수립 · 이행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 혜택 등을 부여했다.
문제는 PBR과 ROE 수치가 주요 관심 대상이 되면서 기업과 투자자 모두 자사주의 매입과 소각, 배당률 제고 등 단기적으로 PBR과 ROE를 높일 수 있는 주주환원 정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 증권사 등 PBR이 낮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자사주의 매입, 소각 계획을 발표하고 해당 종목의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 연구위원은 "주주환원의 즉각적인 주가 부양 효과가 지나치게 부각되면서 투자자의 자금이 오히려 성장성이 낮은 기업에 집중되고, 투자를 통해 성장해야 할 기업까지 주주환원을 우선시한다면 결국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초래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는 제고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밸류업 프로그램으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에게 장기투자를 장려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가치 제고는 근본적으로 기업 성장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를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의 장기투자 유도 방법으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제도 보완을 제시했다. 국내 ISA제도는 계좌를 3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부여한다. 올해 초 ISA의 납입한도를 상향하는 방안이 발표됐는데, 이에 더해 손익 통산 범위를 넓히고 세제 보유 기간에 따라 세제 혜택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봤다.
기관투자자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용이한 기관투자자의 장기투자는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며 "기관투자자의 장기투자에 대한 혜택은 없어 주주활동이 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