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가장 큰 변수는 '11월 대선'"
"일본은행 금리 인상은 엔저 지속 염두"
미국발 'R의 공포(경기침체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일본의 통화정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엇갈린 기준금리 정책에 엔화 가치가 높아지는 '엔고' 현상 등 향후 대대적인 '전환점'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경제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급변하는 미국 경제 상황에 따른 일본 경제와 엔화 환율 전망을 짚었다.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이사장을 역임한 후루사와 미쓰히로 국제금융연구소 이사장은 “당분간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은 완화적인 환경이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일본은행이 꽤 오랜 시간을 두고 금리를 1%대까지 인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후루사와 이사장은 미국 경제가 무너질 일은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최근 부진하게 나타난 미국의 경제 지표들이 패닉을 일으킬 만큼의 '서프라이즈'였는지는 의문”이라며 "미국의 개인 소비가 둔화했더라도 기업 수익은 높은 수준이고 가계 재무제표도 건강하기 때문에 경기가 바닥을 찍을 위험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더는 미국 경기가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는 9월 0.5%포인트(p)의 빅컷 을 단행할 수 있다"며 "내년부터는 물가를 주시하면서 3% 부근의 금리를 염두에 두고 인하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앞서 지난달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엔화 약세를 이유로 꼽았다. 환율이 금리 결정의 큰 요인이 되지는 않지만, 경제 펀더멘털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아예 배제할 수는 없던 상황이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앞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일본과 미국의 금리 차와 환율 변동성 확대를 감안하면 이제 '초엔저' 국면은 끝났다”고 전했다. 아울러 엔화 환율은 달러당 145~150엔이라는 적당한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며 과도한 엔저에서 벗어나 중소기업과 가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했다.
한편 씨티그룹의 네이선 시츠 글로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에 대해 비관적 입장을 내비쳤다. 다만 그는 미국 경기 둔화 신호가 감지되면 연준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비교적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연준이 9월과 11월에 0.5%p씩 금리를 인하하고, 12월에도 0.25%p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후 경기를 가열시키지도 냉각시키지도 않는 '중립금리'를 향해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 경제의 가장 큰 변수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짚었다. 선거 기간 동안 후보들의 과장된 발언과 실제 정책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시장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 모두 '감세' 정책을 내놓고 있어 어느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재정적자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엔화는 1년에서 1년 반 후 달러당 150엔보다 약세를 보일 것으로 확신했다. 그는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엔ㆍ달러 환율은 120엔 부근에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엔고'에 대한 걱정은 필요 없다는 입장도 있다. 하야카와 히데오 도쿄 재단 정책연구소의 주석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7월 금리 인상은 앞으로도 엔저가 지속할 것으로 예상한 데에 따른 것”이라며 “다시 말해 엔고 리스크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미국 금리 인하 국면에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결정은 어려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일본은행이 단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단기 금리가 1%에 가까워지면 추이를 지켜본 후 다시 움직이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만약 미국 경기가 정말 침체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게 된다면 일본은행은 쉽게 금리를 인상할 수 없게 된다”며 “환율은 엔고 방향으로 갈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