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공백도 문제다. 현행 자본시장법으로는 ETF 계열사 투자에 제한이 없다. 일반 공모펀드에 대해서는 계열사 펀드 판매 한도가 25%로 정해져 있지만, 규제를 만들 당시 ETF에 대해서는 주식처럼 투자자들이 직접 매수한다는 특징 등이 고려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약 10년 새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는 동시에 계열사 밀어주기도 급격히 늘어난 만큼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도 계열사 밀어주기 지적이 나왔다. 계열사 밀어주기가 심화하고 있는데, 불건전 영업 행위나 공정거래법상 부당 지원 가능성은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당시 정무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불건전 영업 행위 등과 관련해 빠르게 실태 점검하겠다”고 답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기본적으로 ETF 시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8일 23개 자산운용사 대표와의 간담회에서도 ETF 시장에서의 과장 광고‧경쟁사 비방 등 경쟁 과열에 대한 우려와 운용사의 책임감 있는 역할을 당부했다. 그러나 현장 조사 등 점검에 나서겠다고 한 동시에 “성장하는 ETF 시장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게 기본적인 (금감원의) 생각”이라며 보수적인 태도를 보였다.
계열사 ETF 판매에 대한 명확한 문제점이 드러나기 전 일괄 규제는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선 그룹 계열사 ETF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면 안전한 선택이 가능하기도 하고, 그렇더라고 계열사 투자 상품에 투자가 가능한 그룹이 소수라는 것이다. 150조 원에 달하는 ETF 전체 시장 규모와 비교하면 계열사 간 거래 규모 비중은 매우 적다는 분석이다.
시장 성장을 고려하는 전문가들의 의견도 이와 결을 같이 한다. 고의적인 불법적 행태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관리‧감독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기술적인 접근보다는 실태 파악과 관리‧감독에 집중해야 한다”며 “예컨대 삼성그룹 금융사가 계열사 ETF 상품을 사들이는 데 문제를 지적하려면 해당 ETF를 구성하는 종목이 삼성그룹 관계사로 구성되고, 이를 대거 사들이는 등의 명확한 관계성이 확인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계열사 밀어주기로 ETF 상품 순위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보 불균형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이 역시 일괄 규제보다는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을 더 철저하게 해보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업계 내에서도 계열사 ETF 투자에 대한 의견은 제각각이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그룹 내 보험사가 없는 그룹은 자사 ETF에 많이 투자하기는 어렵다”며 “계열사 ETF 투자에 대한 생각도 제각각이라 ETF 점유율 경쟁이 치열해도 그룹별로 거래 규모 차이가 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업계 다른 관계자는 “ETF가 상장할 때 초기 설정자금(시딩)을 위해 계열사 자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며 “계열사 자금이 잘 활용되는 일도 있어 무조건 시장교란을 일으킨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국회에서도 금감원 점검 결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한 정무위 관계자는 “우선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상황을 지적했고, 금감원에서 점검에 나서겠다고 한 상황”이라며 “무작정 규제가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관련해서 불법적 영업이나 부당 판매 등의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이 부분은 지금보다는 엄격한 관리‧감독이 필요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