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22·삼성생명)이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거머쥔 직후 대한배드민턴협회를 공개 비판했다. 부상 관리, 훈련 방식, 의사결정 체계 등 협회 운영의 문제점에 대해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그러자 협회는 안세영의 발언 하나하나에 반박하는 자료를 배포하며 대응했지만, 논란이 여전히 진행 중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여러 제도를 살펴보기 위해 협회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안세영이 지적한 사안 중 ‘국가대표 은퇴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 허용 규정’은 향후 법적으로도 다툴 만하다. 안세영은 “대표팀에서 나간다고 올림픽을 못 뛰는 건 선수에게 야박하지 않나 싶다. 협회는 모든 것을 다 막고, 그러면서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임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규정은 ‘국가대표 은퇴선수 중 대한민국 배드민턴 발전에 기여한 공로가 큰 선수에 한해 세계배드민턴연맹 승인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국가대표 활동 기간을 햇수로 5년 이상인 선수를 대상으로 하며 그 나이는 여자 만 27세, 남자 만 28세 이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헌법 제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한다.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법률이나 규정은 위헌으로 무효다.
다만 헌법 제36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직업선택의 자유도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될 수 있는 셈이다.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내용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당사자의 능력이나 자격과 상관없는 객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의 자유 제한은 월등하게 중요한 공익을 위하여 명백하고 확실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고, 이 경우 과잉금지의 원칙, 즉 엄격한 비례의 원칙이 그 심사척도가 된다”고 판시했다.
이때 사용되는 비례의 원칙은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에 따라 심사하게 된다. 가령 헌재는 시각장애인에 한해 안마사 자격인정 관련 규칙 중 ‘앞을 보지 못하는’ 부분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안세영이 저격한 협회의 규정은 나이를 제한했다. 여자 만 27세, 남자 28세라는 기준은 비례의 원칙에 따른 합리적 제한에 해당하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
협회는 민간단체고, 자율적으로 출전자격에 관한 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수많은 선수 중 출전자격을 부여하는 건 첨예한 경쟁을 토대로 한다. 그러나 나이만으로 출전을 제한할 경우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와 충돌할 수밖에 없다.
문준필 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는 “앞서 시각장애인에 관한 위헌결정 사례처럼, 단지 신체의 활동 제한이나 나이만으로 출전을 제한하면 직업선택 자유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며 “합리적 근거가 없는 ‘나이에 따른 제한’은 비례의 원칙에 반해 무효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가나 행정기관이 법령‧규칙 등을 통해 나이에 따라 제한할 경우, 헌재에 위헌심판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일반 민간단체가 정관 등을 통해 나이에 따른 제한을 할 경우 무효소송(또는 가처분신청)도 제기할 수 있다.
[도움]
문 변호사는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으로 20년간 판사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 서울행정심판위원회 위원, 경기도토지수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며 각종 행정 및 헌법소송을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