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형 법무법인(유한) 율촌 변호사
대법원 ‘해고 판결’ 뒤 판례 잇따라
회사대응‧주위평가 등 세심히 배려
다만 대법원이 제시한 저성과자 해고 기준은 여전히 아주 엄격하다. 즉 해당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실적이 낮을 뿐만 아니라 상당한 기간 동한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최소한에도 미치지 못하고 향후에도 개선되기 어려운 상황이어야 한다.
또한 사용자가 저성과 직원에게 교육이나 전환배치 등 근무성적이나 근무능력을 개선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할 것도 요구된다. 실제로 법원에서 저성과자 해고가 인정된 사례들을 살펴보면, 해고대상자는 수천 명 혹은 심지어 수만 명 중에서 평가 점수가 꼴지를 차지할 정도로 평가가 낮았고,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까지 교육을 거쳐도 평가가 개선되지 않았다.
최근 선고된 A 사 사건은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법원의 판단 기준을 특히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해고된 직원은 2012년 이미 저성과자로 해고됐지만 법원의 해고 무효 판결로 복직했다가, 다시 저성과자로 선정돼 2021년 재해고된 경우이기 때문이다. 9년 사이에 무엇이 달려졌는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어쩌면 해당 직원은 항상 똑같았는데 법원의 태도가 달라졌다고 볼 수도 있다. 2012년이든 2021년이든 주된 해고 사유는 대상 직원이 초급 개발자 이상의 능력을 갖추지 못했고, 3년 누적 최하위권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9년 전 해고 무효를 선언한 판결은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선례를 인용하지 않은 반면, 최근 판결은 2021년 대법원 판결을 인용하고 있다. 저성과자 해고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대법원 판례의 유무가 실제 사안에 영향을 줬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9년 동안 회사의 대응이 훨씬 꼼꼼해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법원은 예전이든 지금이든 공정한 평가가 저성과 해고의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있는데, A 사의 경우 평가 절차가 크게 보완됐다.
9년 전 법원이 해고가 무효라고 판단했던 주된 이유는 평소에 이 직원에 대해 안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팀장 1명이 평가한 결과만을 두고서는 공정한 평가를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2021년 해고에서는 내부 평가와 함께 코딩테스트를 전문으로 하는 외부 사이트의 평가를 받았는데, 대상 직원은 코딩테스트에서 0점을 받았다.
A 사는 0점을 받은 테스트 이후에도 대기발령 후 다시 테스트 기회를 주고 두 번째 시험에서도 결과가 1.6점에 그치자 해고를 결정했다. 법원도 외부 사이트를 통해 이뤄진 코딩테스트의 공정성을 의심할 사정이 없다고 판단했다.
교육이나 평가의 내용도 달라졌다. 2012년에는 평가 과목에 토익과 같이 업무와 직접 관련성이 없는 항목들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개발 업무 위주로 변경됐다. 2012년에는 교육 목표가 다소 추상적이었으나 이번에는 ‘중급개발자’라는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됐고 여기에 대해서는 대상 직원과 합의가 있었다.
한편, 2012년 해고 무효 판결은 대상 직원이 최근에 수술을 겪었고 연로한 부모님을 부양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후 9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개인 사정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두 알 수는 없으나,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점은 영향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성과자 문제에 대해 기업들은 해당 직원 1명이 아니라 다른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고 의욕을 상실하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호소한다. 그래서 저성과자 해고는 회사보다도 주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경향도 있다.
하지만 법원으로서는 근로자의 일상에 중대한 영향을 주는 해고를 쉽게 인정할 수는 없기에 엄격한 요건을 요구한다는 점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기업의 저성과자 대응 조치는 주변 근로자들의 의욕과 효율을 고려하면서도 대상자에게 실제로 기회를 주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세심하게 구성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