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은 쉬지 않아’…일본인 절반 주 6일 근무에 유급휴가 사용 최저

입력 2024-08-2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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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급휴가 사용률 11개국 중 최하위권
작년 주5일제 기업 전체의 53.5% 불과
‘휴가 사용 죄책감’ 직원 53% 달해
저출생 대응 위해 휴가 사용 권장하는 기업↑

▲일본의 유급 휴가 사용 현황 그래프.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일본인은 쉬지 않는다

일본 내에서 유행처럼 도는 이 말은 현지 상황을 현저하게 드러내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그 근거로 일본인들의 ‘유급휴가 사용률’을 짚었다. 여행 예약사이트 익스피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유급휴가 사용률은 63%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다른 나라는 대부분 80% 정도였다.

올해 일본 공휴일은 21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에 따르면 대체공휴일을 포함한 공휴일은 일본이 가장 많다. 익스피디아가 조사한 유급휴가 일수를 더하면 일본의 '연간 휴일 수'는 세계 다른 나라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주 2일 휴무제를 도입한 기업 비율.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많은 휴가일 수에도 불구하고, 한때 일본인들의 과로사는 세계 비판의 대상이었다. 다른 선진국이 주 5일제를 안착했을 때 일본은 주 6일 근무하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무역 마찰의 불씨가 되기도 했다. 일본의 장시간 근무 관행이 일본 제품을 덤핑으로 간주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부 압박에 일본도 1980년대 들어서야 주 5일제를 도입했다. 다만 매주 반드시 이틀씩 쉬는 주 5일제를 채택한 기업은 지난해 조사에서도 53.5%에 불과하다. 순환 근무 등 휴일이 유동적인 업종도 있어 편차는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인들의 휴가 사용에 대한 죄책감. 출처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일본의 독특한 고용환경이 이러한 문화를 더 부추기고 있다. 일본은 이른바 ‘멤버십형 고용’이다. 개인이 특정 직무나 역할에 고정되지 않기 때문에 팀 업무의 책임이 모호하다. 개인 성과보다는 회사와의 장기적인 관계가 중시돼, 주변에서 일하고 있는데 자신만 쉬는 것을 꺼리게 된다.

실제로 익스피디아 조사에 따르면 휴가 사용에 대해 “동료들에게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일본인이 53%였다. 닛케이는 일본인들의 휴가 사용 촉진을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에 대한 재검토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대 흐름에 맞게 변화하는 기업들도 있다. 저출생ㆍ고령화로 인력난이 심화하자 일본 기업은 적극적인 휴가 도입으로 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연중무휴가 당연시되던 관광 및 서비스업이 가장 먼저 휴일 개혁에 앞장섰다. 일본 대규모 테마파크 하우스텐보스는 올해 1월 4일 연속 휴가를 지원했다. 웨딩홀 대기업인 테이크앤기브니즈(T&G)도 내년부터 주5일 연속 쉬는 날을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기업뿐만 아니라 학교도 발 벗고 나섰다. 최근 일본 학교에서는 ‘라케이션’이 퍼지고 있다. 학습(learning)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이 말은, 평일에 아이가 학교를 쉬고 가족과 외출해도 가정학습으로 간주해 결석 처리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연 3~5일 정도를 상한으로 아이치현이나 이바라키현, 야마구치현이 공립학교에서 도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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