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FDPR 단행 등 수출 제한 압박 가능성
중국 정부가 일본에 핵심광물 수출을 중단하겠다며 경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본이 미국과 함께 중국에 반도체 등 첨단 장비 수출을 제한하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억제하기 위해 주요 동맹국들의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일본에 핵심 광물 공급을 차단하는 등의 무역 보복 조치를 수차례 암시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 리튬, 희토류 등 자동차 생산에 필수 요소를 수출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이는 일본이 최근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에 발맞춰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한 반도체 장비의 수출을 제한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의 무역 보복이 이행되면 일본 기업들의 피해는 막대하다. 일본 자동차 기업 도요타는 핵심 광물 공급이 제한되는 것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도요타는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 중 하나이며,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의 일본 공장 투자사로 참여하고 있어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앞서 2010년 중국은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발생한 후 일본에 희귀 광물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전자 산업이 크게 위축됐고, 일본은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지금껏 중국이 광물 공급망을 지배하고 있어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일본의 우려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대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에도 중국이 갈륨, 게르마늄, 흑연 등 핵심 광물 수출을 제한한 이후, 적절한 공급망 유지를 위한 합의에 나선 바 있다. 만약 일본이 중국의 보복 조치에 굴복해 반도체 수출 규제를 완화한다면 중국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아울러 미국은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직접생산품 규칙(FDPR)을 적용하는 등 추가 조치를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 조치가 이행되면 미국은 다른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일지라도 미국 기술을 조금이라도 사용했다면 판매와 수출을 통제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 미국은 일본과 주요 동맹국에 FDPR을 단행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ㆍ중ㆍ일 갈등의 변수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와 이번 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사임을 꼽았다. 정권에 따라 정책 기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은 여당과 야당의 정책 입안자들이 미ㆍ일 동맹에 대한 공감대를 갖고 있어 다음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크게 달라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 보도 이후 일본의 반도체 관련 기업 주가는 하락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쿄일렉트론의 주가는 1.9% 하락했고, 레이저텍과 디스코의 주가는 각각 2.8%와 3.3%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