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를 악용한 음란물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3년7개월간 딥페이크 성범죄(허위영상물 범죄)는 총 793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156건, 2022년 160건, 지난해 180건으로 해마다 증가 추세다.
특히 올해 1~7월에만 297건 발생했다. 피의자는 178명에 달했는데, 이 중 131명(73.6%)이 10대였다. 피해자는 역시 10대가 가장 많다. 이 밖에 교사나 선후배 등 사람들도 범행 대상이 되고 있다.
딥페이크 영상을 만든 사람들은 디지털 전문가들에게 자신이 만든 영상과 활동 기록을 지워달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변호사들에게도 “내가 만든 영상물은 지워도 처벌받지 않는다는데, 맞느냐”는 문의가 이어진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형법에 따르면 본인이 만든 영상물을 직접 지우면 처벌되지 않는다. 법은 ‘다른 사람의’ 형사 사건과 관련된 증거를 없애는 경우만 처벌하기 때문이다. ‘나의 범죄 증거는 없애도 된다’는 조언이 나오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실상 잘못된 조언이다. 대부분 사건은 직접 증거 외에도 목격자, 경험자의 진술 등 간접 증거가 존재한다. 직접적인 증거를 없애더라도 다른 증거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유죄가 나오는 경우는 허다하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는 “법원도 정황증거만으로 유죄 선고를 한다. 딥페이크 영상물 하나를 지운다고 해서 무죄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증거인멸은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얼마 전 음주운전 뺑소니 사고로 논란이 된 가수 김호중은 본인 대신 매니저를 자수하게 했다. 수사과정에서는 “술잔만 입에 댔다”는 등 허위로 진술했고, 소속사 직원이 메모리 카드를 삼켜 증거를 인멸하기도 했다.
반복되는 증거인멸은 구속영장 발부 사유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사유를 주거가 없는 때, 증거 인멸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로 규정한다. 김호중이 구속기소된 것처럼,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인멸도 비슷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딥페이크 범죄의 증거가 있는 휴대전화를 없애라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자신의 범죄 증거 인멸은 구속 사유에 해당한다. 주변의 어설픈 조언을 듣고 휴대전화를 버렸다가 구치소로 직행하는 경우도 있다.
“원래 6개월에 한 번씩 휴대전화를 바꾼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수사기관은 철저하게 확인한다. 앞서 휴대전화를 6개월에 한 번씩 구매했던 내역 등 수많은 점을 설명해야 한다. 한 번 삐끗하면 의심을 산다.
간혹 “기존 휴대전화가 고장 나 새 휴대전화를 샀다”고 해명하는 사람들도 있다. 스마트폰은 고장이 나도 중고로 팔 수 있는데, 이익을 포기하고 휴대전화를 버렸다는 설명은 궁색하다.
만약 이전에 다른 물건을 중고 거래한 기록이 있다면, 휴대전화는 왜 판매하지 않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왜 수리를 맡기지 않고 버렸는지에 대해서도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허 변호사는 “결국 거짓은 거짓을 낳고, 상황은 급속하게 악화된다”며 “아무리 머리를 써도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도움]
허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수사대응팀, 압수수색 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원 관련 증거은닉, 기업 관련 범인도피·증거인멸 교사, 기업 대표의 모해증거인멸 등 형사적으로 의미 있는 증거인멸 관련 사건을 담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