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입을 위해 계약금을 지급하고 은행별로 상품 조건을 비교 중이다. 잔금 일정이 10월 말인데 은행들이 급격한 규제들을 내놓으면서 한도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 사이 추가적인 규제가 더 있으면 충분한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까 애로가 많다.”(30대 무주택 신규 구입 차주 B씨)
4일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에서 열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나온 최근 은행권의 대출 제한 조치에 대한 불만들이다.
은행마다 많게는 5~6차례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더니 최장 만기 축소에 전세자금대출 및 유주택자 대출 취급 중단 등 ‘초강력’ 억제책에 갑자기 돈 줄이 막힌 차주들이 큰 피해를 겪고 있어서다.
이 원장은 이날 가계대출 관리 강화 조치가 실수요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에 머리를 숙였다. 그는 “국민들께 불편드린 것에 대해서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은행들의 일률적인 조치는 당국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해결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집을 한 채라도 갖고 있으면 대출을 내주지 않겠다고 한 우리은행과 카카오뱅크 등의 제한 조치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이 원장은 은행권 자율적 심사 강화 조치 이전에 대출 신청을 접수했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 고객 신뢰 보호 차원에서 예외를 인정해주는 게 필요하다고도 했다. 이번 조치 이전에 대출 신청이 이뤄진 건 역시 은행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신한·KB국민·하나·우리은행은 신규 주담대의 모기지 보험 적용 제한을 시행 중이고, KB국민·신한·우리은행는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34세 이하)에서 30년으로 줄인 상태다. 우리은행의 경우 9일부터 수도권 1주택자에 대해 전세대출을 아예 내주지 않기로 하는 등 강력한 대출 제한 조치에 나선 상태다. 자기 집은 세를 주고, 전세 대출을 받아 다른 집에 사는 경우를 차단하면서 실수요자들이 비상이 걸렸다. 카카오뱅크는 지역에 관계없이 한 채라도 집이 있는 경우에는 주담대를 중단했다.
이 원장이 추가 대책을 내놓기로 약속한 만큼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은행장들을 불러 구체적인 논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은행마다 제각각인 대출 기준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실무협의체를 구성했고, 17개 은행이 참여한다. 주담대를 취급하지 않는 은행들도 모두 참여한다. 협의체에서는 연초 세워놓은 대출 총량 목표치보다 증가폭이 큰 경우 원인을 파악하고, 향후 목표치를 새로 수정하는 등 실질적인 논의가 오갈 전망이다.
대출금리 인상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 원장은 “피치 못할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월간 기준으로) 보통 5조5000억 원 이상 늘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대비 관리가 어려운데 8월 9조5000억 원 증가는 전월보다 훨씬 더 큰 것”이라며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만으로는 이같은 추세를 잡기 어렵기 때문에 다소 비난을 받더라도 그렇게(대출금리 조정)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왜 가격에 개입하느냐는 비난은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지가 뭐냐고 할 때 지금 단계에서 보면 피치 못할 입장이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