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으로 기소된 20대 청년 A 씨가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A 씨는 2003년생으로 만 18세였던 2022년 7월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해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보이스피싱인 줄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다. 하지만 항소심과 대법원은 “업주에게 속아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미필적 고의가 없었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A 씨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구하던 중 ‘캔들 포장 알바 채용공고’를 보고 이력서를 냈다.
이후 사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즉시 채용이 어려우니 지인이 대표로 있는 재무설계 회사의 사무보조로 일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어 “의뢰인이 주는 돈을 입금해야 하는데, 세금 문제 때문에 100만 원씩 쪼개서 입금해야 한다”며 지시사항을 설명했고, 이를 수락한 A 씨는 피해자들을 만나 총 1억450만 원을 받고 무통장 입금 방식으로 송금했다.
1심은 A 씨에게 징역 1년8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 씨가 범죄에 가담한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그동안 사회경험이 부족하고 취업이 절실한 사회초년생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의 도구로 사용돼 무거운 형을 선고받은 사례가 많았다. 범죄임을 인지하지 못했더라도 결과가 중대하고 비난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으로 처벌됐다.
이제는 판단이 조금씩 바뀌는 추세로 보인다. 범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명확하게 설명하면, 무죄를 선고받을 수도 있다.
허윤 변호사(법무법인 LKB & Partners)는 “다만 보이스피싱 현금 수거책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모든 현금 수거책이 무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했다.
통상 사회초년생인 현금 수거책은 법원에서 “나를 고용한 사람이 합법적인 일이라고 해서 그 말을 믿었다. 사회 경험도 없고 알바생에 불과한데, 윗사람이 맞다고 하니 내가 어떻게 안 믿겠느냐”고 주장한다.
법원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적용되는 고의는 미필적으로 범죄에 가담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고, 막연하게 불법일 수 있다는 인식이나 의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는 하다. 즉 “혹시 내가 하는 일이 불법일까”라고 인식을 한 경우라면 범죄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 불법에 대한 인식만 있었는지, 범죄에 대한 인식도 있었는지 판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결국 여러 정황을 통해 고의 여부를 판단하는데, 적어도 “윗사람이 합법이라고 했어요”라는 변명만으로는 통하지 않는다.
또 보이스피싱에 이용된 계좌의 실소유주가 보이스피싱 조직의 뒤통수를 치면서 몰래 돈을 빼돌리는 경우도 처벌 대상이다. 범죄자의 자금을 빼돌렸다는 점에서 정의구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이 또한 범죄에 해당한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범죄 조직에 속아 돈을 송금한다. 이는 범죄로 인한 돈이므로, 그 돈이 입금된 계좌주와 송금인 사이에는 신의칙상 보관관계가 성립된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이를 인출한 행위는 피해자의 돈을 인출한 행위이므로 ‘횡령죄’가 성립된다.
[도움]
허 변호사는 법무법인 LKB 수사대응팀, 압수수색 대응팀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방위사업청 옴부즈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검사, 서울중앙지방법원 연계 조기조정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홈쇼핑 재승인 심사위원 등으로 활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