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추석을 맞아 중소 협력사에 대한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앞당겨 지급하는 상생 행보에 나서고 있다. 현금 수요가 커지는 명절 기간 중소 협력사들의 안정적인 경영을 돕고 재무 안정성을 각인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효과가 기대된다.
1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이달 추석 연휴기간을 앞두고 협력사의 거래 대금을 현금으로 조기 지급하고 있다.
호반그룹의 건설계열사인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전날 협력사의 공사 및 물품 대금 1140억 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협력사들의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돕기 위한 결정이라는 게 호반 측의 설명이다.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은 매년 명절을 맞아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현금 지급을 통해 자금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지원을 이어왔다.
포스코이앤씨는 12일 협력사 970곳의 거래대금 890억 원을 조기 지급한다. 이달 13일부터 22일까지 지급해야 하는 금액을 최대 열흘가량 앞당긴 것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업계 최초로 2010년부터 중소기업 거래대금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건설 경기 불황과 고금리로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며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항상 최선을 다해주고 있는 협력사들의 자금 부담 해소에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협력업체 40여 곳의 공사대금을 12일 조기 지급하기로 했다. 총 공사대금 1300억 원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중흥그룹은 올해 설 명절에도 공사대금 1300억 원을 조기 지급한 바 있다.
이 밖에 삼성물산은 협력사의 자금 부담 경감을 위해 물품 대금을 기존 지급일보다 최대 15일가량 앞당겨 지급한다. 현대건설도 협력사 납품 대금을 최대 14일 앞당겨 지급할 방침이다.
공공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는 추석을 맞아 건설 현장의 공사대금 지급현황 점검에 나섰다. 김헌동 SH 사장은 강서구 '마곡 공공형 지식산업센터 및 건설형 도전숙 복합개발사업' 건설공사 현장을 방문해 근로자 임금과 공사 대금(자재·장비) 등의 지급현황을 점검했다.
건설업계의 이같은 행보는 원자재 값 상승과 건설경기 부진 우려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들이 자금 수요가 커지는 명절 시기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안정적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어 재무 건전성 홍보도 가능해 일석이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명절은 중소협력사들의 자금 수요가 커지는 시기인 만큼 공사 대금을 조기 지급해 상생 경영을 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이와 함께 안정적인 유동성을 확보한 점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홍보 효과도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