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코리안시리즈(코시)와 어둠의 코시. 극과 극으로 찢어졌지만, 그 경쟁 열기만큼은 양쪽 모두 뜨거운데요. 정말 가지고 싶은 타이틀과 정말 얻고 싶지 않은 타이틀, 각자 다른 이유로 심하게 경쟁 중이죠.
20일 현재 프로야구(KBO) 정규시즌 경기는 5~8경기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이미 이번 시즌의 최상단은 이름이 박혔는데요.
한국시리즈로 직행하는 정규시즌 우승의 주인공은 KIA(기아) 타이거즈입니다. KIA는 17일 정규시즌 2위 삼성 라이온즈가 두산 베어스에 2-8로 패하면서 ‘매직넘버(자력으로 우승을 확정 짓기 위한 승수)’를 지웠는데요. 이로써 KIA는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죠.
KIA는 통합 우승을 차지한 2017년 이래 7년 만에 한국시리즈(KS·코리아시리즈) 진출권을 획득했는데요. 1989년 단일리그 출범 이후 KIA의 정규시즌 우승은 해태 시절을 포함해 1991년, 1993년, 1996∼1997년, 2009년, 2017년에 이어 역대 7번째입니다.
영광의 코시 입성자가 나온 가운데 어둠의 코시 입성자도 등장했는데요. 바로 키움 히어로즈와 NC 다이노스입니다. 어둠의 코시는 하위권 팀들을 대상으로 코리아시리즈에 버금가는 꼴찌를 면하려는 ‘어둠의 코리아시리즈’를 일컫는 말인데요. 이미 어둠의 코시는 시작됐습니다.
키움은 16일 정규시즌 9경기를 남기고 ‘포스트시즌(가을야구) 경우의 수’가 모두 사라졌는데요. 이날 두산전에서 4-5로 패배하며 ‘어둠의 코시’ 첫 입성자가 됐죠. 키움은 한때 프로야구 순위 2위까지 치고 나가는 저력을 보여줬지만, 6월 초 최하위까지 처진 이후 9위로 순위가 올라간 날이 단 이틀뿐일 정도로 순위표 맨 아래가 익숙한 처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뒤는 NC였는데요. NC는 19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7로 역전패하면서 가을야구 ‘트래직넘버(제로가 되면 무조건 탈락이 확정되는 수)’가 모두 소멸됐죠. NC의 ‘가을야구’ 꿈이 이렇게 사라졌습니다.
2020년 창단 첫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NC는 프로야구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듯했지만, 이후로 분위기가 바뀌었는데요. 2021년 7위, 2022년 6위에 머물면서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올해 5월 중순까지만 해도 KIA와 선두 경쟁을 펼칠 정도로 강했지만, 8월에 창단 첫 10연패라는 불명예를 안으며 하위권으로 고꾸라졌죠.
결국, NC 구단은 20일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침체된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강인권 감독의 해임을 결정했습니다. 2022년 5월 감독 대행을 맡은 강인권 감독은 2022시즌 종료 후 3년 계약을 맺고 정식 감독으로 선임했는데요. 이로써 강인권 감독은 대행 시절 포함 401경기 197승 197패 7무 승률 5할(0.500)의 통산 성적을 남기고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죠.
포스트시즌 탈락팀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팬들은 양가 감정에 휩싸이고 있는데요. 어차피 포스트시즌 진출이 어렵다면 다음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이라도 얻자며 꼴찌를 응원하다가도, 도무지 꼴찌는 용납할 수 없다며 두 자릿수 순위는 탈출하자는 의지를 내뿜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또 아예 일찌감치 져버리지, 애매하게 이겨서 ‘희망 고문’을 하는 구단에 볼멘소리를 내뱉기도 하는데요. 말이 좋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지 이런 패배의 글로 위로받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정규시즌 성적표는 ‘포스트시즌 티켓’에 달려있는데요. 물론 그 등급은 나눠질지라도 일단 가을야구에 진출하고 봐야 하죠.
KBO 포스트시즌은 5위까지 진출할 수 있는데요. 포스트 시즌의 첫 번째 스테이지인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2015년 kt 위즈의 창단으로 리그 참가팀이 10구단으로 늘어나게 되자 신설됐습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 팀의 홈구장에서 최소 1경기, 최대 2경기로 진행되는데요. 4위 팀에게 1승(1무) 어드밴티지가 부여돼 4위 팀은 두 경기 중 한 경기라도 승리하거나 무승부를 거둬도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하죠. 5위 팀은 두 경기를 연달아 승리해야 준플레이오프에 올라갈 수 있습니다.
유례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였던 만큼 5위 향방도 마지막까지 쉽지 않은데요.
2위는 삼성이 차지하는 현 분위기에서 남은 건 ‘3위 싸움’과 ‘5위 싸움’입니다. 3위 경쟁은 LG 트윈스와 4위 두산, 5위 kt의 3파전으로 압축됐는데요. 3위를 향한 게임차는 2~3게임으로 아슬아슬하긴 하나 뒤집힐 수도 있는 상황이죠. LG는 20일부터 두산과 운명의 3연전을 치르게 되는데요. 3위를 두고 잠실 주인싸움이 벌어지게 되는 거죠. kt는 순위가 5위로 쳐져 있긴 하지만 가장 많은 경기를 치른 팀답게 휴식일이 좀 있는데요. 힘겨운 3연전을 이어가는 경쟁자 LG, 두산과는 달리 매 경기 총력전이 가능합니다. 여기에 kt의 잔여 6경기는 모두 홈경기인 점이 유리하죠.
5위를 바라보는 팀들의 마지막 줄다리기도 볼만한데요. kt의 자리를 노리는 SSG 랜더스,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의 발버둥이죠. 한때 다들 5위 입성을 노려볼 만했던 팀들답게 마지막까지 분투 중이죠.
희망의 끈을 붙잡고 있긴 하지만 ‘포스트시즌 티켓’은 솔직히 흐릿해져 가는데요. 롯데는 가을야구 마지노선인 5위와 4경기 반 차로 더 벌어졌고요. 불과 열흘 전까지만 해도 ‘가을야구’ 희망으로 가득했던 한화 또한 남은 경기에서 모두 이겨야 겨우 비벼볼 수 있습니다. 한화와 롯데의 트래직넘버는 ‘2’로 단 한 번의 경기로도 진출 여부가 정해질 수 있는 상황이죠. 상대가 이기고 해당 팀이 진다면 ‘곧장’ 어둠의 코시로 향하게 됩니다. 현재까지 일정으로 볼 때 다가오는 주말에는 포스트시즌 진출자는 정해질 전망인데요.
과연 말도 안 되는 기적의 주인공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프로야구 1000만 관중 시대를 열게 한 ‘뜨거운 2024년의 승부’의 마지막이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