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동훈 대표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윤·한 갈등'이 심화하는 모양새다. 김 전 행정관이 사과와 해명을 하고 탈당했지만, 한 대표 측은 배후 등을 밝히고 고소·고발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김 전 행정관과 대통령 부부의 연관성에 선을 그었다.
한 대표는 3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개천절 경축식 후 기자들과 만나 "좌파 유튜브, 아주 극단에 서 있는 상대편에다가 허위 공격을 사주하는 것은 선을 많이 넘은 해당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이 알고서도 묵인한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니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김 전 행정관의 주장에 "어이가 없다. 이완용은 나라를 팔아먹었지만, 김대남은 진영을 팔아먹었다"고 직격했다. 김 전 행정관은 유튜브 서울의소리 측과의 통화에서 '한동훈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가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비 70억 원을 들여 자기 대선을 위한 여론조사를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어 "저희는 진상조사 하겠다면 김대남 씨가 탈당할 거라고 예상을 했었다"며 "탈당 처리가 된다 할지라도 굉장히 중대한 사건이기 때문에 진상조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신 부총장은 김 전 행정관의 주장에 대해서는 "대선 출마를 대비한 개인 이미지 조사를 위해 70억 원 당비를 횡령했다는 게 폭로의 핵심인데, 총선 당시 우리 당이 여론조사 비용으로 쓴 액수가 18억 원"이라며 "한동훈 후보 개인 이미지 조사가 아니라 2030 정치의식 조사 중 한 부분이 당 이미지 조사한 후 당대표 이미지 조사를 한다. 그걸 그렇게 둔갑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친한계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채널A 유튜브에서 "(김 전 행정관의) 개인적인 일탈로만 생각하기에는 우리 김대남 전 선임행정관이 너무 좋은 곳에 갔다"며 "서울보증보험이라는 곳이 청년들에게는 '신의 직장' 중 한 곳이다. 그런 공격 사주를 한 다음에 골라서 갔다고 얘기하는데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라고 지적했다.
친한계로 분류되는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도 이날 채널A 유튜브에 나와 "김 전 행정관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사실에 관한 판단은 우선 유보하되, 그러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게 황당무계하다"며 "기본적으로 공직자 윤리 이전에 기본적인 소양의 부족"이라고 꼬집었다.
대통령실과 친윤계 일각에선 김 전 행정관과 대통령실의 연관성 차단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며 "김대남과 (대통령 부부가)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친윤계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이분(김대남)이 직접 윤석열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와 연락을 주고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은 전혀 아니었다"며 "실체보다는 해프닝이 조금 더 과장된 측면이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역임한 김기흥 국민의힘 인천 연수을 당협위원장은 시사저널 유튜브에서 "대통령실 분위기나 그분(김대남)의 위치를 봤을 때, 김 여사나 대통령이 김 전 행정관에게 이런 식으로 얘기하게 했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우선 그분이 본인 생각을 과장되게 얘기하거나 이름을 팔아서 했는지에 대한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