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 “외환시장 선진화 KB가 선도” [은행의 별을 말한다⑰]

입력 2024-10-07 05:00수정 2024-10-14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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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이 전반적인 은행 경영을 총괄한다고 하면 부행장은 실질적인 사업을 담당하는 집행임원이라고 할 수 있다. 뱅커 중엔 최고 자리까지 올라간 부행장을 우리는 ‘은행의 별’이라고 부른다. 그만큼 부행장이 되기까지가 어렵고 힘든 과정이기 때문이다. 본지는 부행장의 현황과 역할을 짚어보고 인터뷰를 통해 부행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업무에 대한 이야기, 후배 은행원에 대한 당부 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타공인 최고 '외환 전문가'…외환시장 선진화 대비 철저
효율성 극대화 위한 변화 꾀해…"고객 맞춤 서비스 제공 최선"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은 한국 외환 시장의 한 획을 그은 ‘외환 전문가’다. 외환 딜러 1세대로 20년 넘게 외국계 은행에서 활약하며 트레이더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지점장 자리까지 올랐다. 외국계에서 입지전적한 인물인 그가 지난해 국민은행 채권운용본부장으로 발탁됐다는 소식은 은행가를 놀라게 했다.

이 부행장의 깜짝 행보는 계속됐다. 국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긴 지 1년 만에 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자금시장사업그룹 본부를 맡게 된 것이다. 비이자 이익 강화를 위해 위해 자본시장사업 그룹의 역할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뤄진 파격적인 인사였다. 외환시장 선진화 등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점도 이 부행장의 역할 확대가 필요해진 이유였다.

그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외환 뿐 아니라 전행적인 자금을 관리하는 자금부와 채권운용부, S&T(세일즈 앤 트레이딩), AI(인공지능)운영센터 등 자본시장사업 전반을 관리하는 막중한 업무를 맡게 됐다”면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 부행장은 취임한 직후부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시행에 따라 열린 새로운 사업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 선보인 ‘KB Star(스타) FX’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까지 확장했다. KB 스타 FX는 실시간 시장 환율 기반으로 환전, 현·선물환, 전문가 환율 예측 등 외환 콘텐츠를 제공하는 종합 외환매매 플랫폼으로, 이를 모바일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도 개발한 것이다.

그는 “KB 스타 FX는 후발주자이긴 하나 고객 친화적인 서비스를 강점으로 이용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벌써 일평균 거래량이 5600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했다. 실제 KB 스타 FX(웹 서비스 기준)의 8월 기준 누적 가입자수는 1만1167개(기업4236개·개인 6931개)에 달한다. 같은기간 누적 거래량은 81억 6800만 달러다.

이 부행장은 “KB 스타 FX 앱을 통해 개인이든 기업이든 언제, 어디서나 빠르고 손쉽게 차트를 보면서 실시간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며 “실제 앱을 사용해 거래할 경우 가입부터 거래까지 1분이면 가능할 정도”라고 만족도를 표했다.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KB 스타 FX에 대한 기대감은 그만큼 컸다. 그는 “KB 스타 FX에서 좋은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지게 되면 참여자들은 더 늘어나게 될 것이고, 거래량이 늘어나 파이가 커지면 지금은 참여하지 않는 해외 유수한 금융기관들도 우리 플랫폼을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환시장 선진화에 대비해 이 부행장은 국내 은행 중 가장 앞선 올해 2월에 런던과 싱가포르 지점 두 곳을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로 등록하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시장이 개방된다는 것은 유동성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유동성 확대가 은행의 이익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면서 “원화 거래량이 많아지고 거래하는 기관들도 늘어나면 사업 기회가 확대될 수 있다. 우리도 고객을 개발하기 위해, 특히 한국에 투자하는 인바운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직원들을 대만, 싱가프로, 일본 등으로 파견하며 자체적으로 대응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부행장은 국민은행이 자본시장에서 가지는 경쟁력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국민은행은 외환과 채권, 크레딧 부문에서 고객들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체 리서치 센터를 운용하고 있다”면서 “또한 AI자산운용센터를 통해 빅데이터 기반 시장 흐름 분석 시스템 ‘KB-DAM’ 등을 통해 고객들에게 휴먼 리소스와 더불어 AI 분석 데이터까지 제공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처럼 앞서 나갈 수 있던 것은 국민은행의 오픈된 조직문화와 전문화된 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사실 은행은 ‘순혈주의’ 색채가 강한 보수적인 조직문화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행장은 “선입견과 달리 국민은행은 오픈된 조직 문화를 갖고 있다”며 “함께 일하고 있는 유창범 시장운용본부장도 외국계 출신으로 특히 디지털 부문에서는 외부 전문가들을 많이 영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KB만의 문화와 전통에 외부 문화를 흡수하면서 긍정적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 큰 장점”이라며 “무엇보다 책임자로 발탁한 후에는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힘이 되는 부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부응해 이 부행장은 글로벌 은행에서의 경험을 활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후배들이 글로벌 은행과 국내 은행의 가장 큰 차이점이 뭐냐고 종종 묻는다”면서 “결정적인 차이는 항상 변화를 추구한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글로벌 은행은 국내 은행에 비해 몸집이 수십 배가 크지만 항상 변화한다”며 “못하는 것 뿐 아니라 잘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더 잘하기 위해 끊임없이 바꿔나간다”고 부연했다.

▲이성희 KB국민은행 자본시장사업그룹 부행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 부행장도 자본시장사업그룹을 이끌게 되면서 가장 먼저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 조직의 그림을 다시 그렸다. 그는 “행정 중심이 아니라 영업 중심 업무를 위해 S&T부서를 통합하고 영업 추진부 역할을 고객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변화를 줬다”면서 “이 과정에서 생산성과 효율성을 가장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인 이 부행장은 자본시장사업그룹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이런 전문가를 잘 키워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는 “전문가는 절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다”며 “전문가라고 홀로 성장하는 게 아니라 다 같이 의지하고 같이 도우며 배우는 자세로 성장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때 중요하는 것이 열정”이라며 “파도의 파장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한 사람의 열정은 조직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다. 또 자신이 속한 조직에 열정이 있으면 새로운 대안을 계속 추구하게 되고, 그것이 곧 원동력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좋은 답을 찾는 것보다 좋은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며 “좋은 질문을 통해 내가 가야할 방향, 조직이 가야할 방향 등을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때 중요한 것이 ‘I may be wrong(나도 틀릴 수 있다)’라는 자세”라고 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중요시 하는 것은 소통. 그래서일 것이다. 그의 사무실 문은 항상 열려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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