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4부에 검사 4명뿐…채 상병 사건 집중하지만 진척 없어
“인력 규모 확대는 국회몫…내부에서도 속도낼 방안 찾아야”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김건희 여사 의혹 등 사건이 쌓이고 있다.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인 만큼 유의미한 결론이 언제쯤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고발한 사건을 최근 수사4부(이대환 부장검사)에 배당했다.
사세행은 지난달 30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자신들과 특수관계인 명 씨가 운영하고 김 전 의원이 대표자였던 ‘미래한국연구소’가 지출한 비용(3억7000만 원 상당)으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 제공받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 퇴임 직후부터 대통령에 당선될 때까지 80차례에 걸쳐 이뤄진 여론조사를 명 씨가 자비로 댔다는 것이다. 또 미공표 여론조사(깜깜이 기간 포함)의 결과도 당시 윤 후보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명 씨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도 핵심 관계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 의혹은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당시 김 전 의원의 공천 과정에 윤 대통령 부부가 명 씨 청탁을 받고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또 올해 4월 총선에서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옮길 것을 종용하고, 이에 대한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는 의혹도 있다. 사세행은 이 중 2022년 보궐선거 공천 개입 의혹만 지난달 23일 공수처에 고발했는데, 이 사건 역시 수사4부에 배당돼 있다.
수사4부는 채 상병 순직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지만, 고발된 지 1년이 지나도록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에 대한 소환은 아직 조율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대통령실 개입설까지 제기된 인천 세관 마약 수사외압 의혹,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로비 의혹, 감사원의 국민권익위원회 표적감사 의혹 수사도 수사4부 몫이다. 굵직한 사건들은 모두 수사4부로 몰리는 셈이다.
물론 고발된 모든 혐의가 공수처 수사 대상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 등이 고발된 혐의 중 공직선거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은 공수처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수처는 혐의를 솎아내 검찰에 사건을 이첩할 수도 있다.
고발 내용에 포함되지 않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은 인지 수사가 가능하지만, 그럴 여력이 없다는 평가다. 공수처 관계자는 “현재 검찰에 사건을 이첩하거나 인지 수사를 검토하고 있진 않다”며 “일단 고발된 건을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4부 인력은 이대환 부장과 차정현 수사기획관(부장검사), 박상현‧윤상혁 검사 등 4명에 불과하다. 공수처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부서 전체가 하나의 사건에만 매달려도 모자라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수처에 주요 수사가 몰리면서 태생적 한계가 뚜렷하게 보이는 듯하다”라며 “인력 규모 확대는 법을 바꿔야 하는 사항이지만, 공수처 내부에서도 수사에 속도를 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