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긴장에 최근 달러 가치 ↑
트럼프, 당선 시 약달러 추구 강조
해리스도 달러 강세 제어 전망
최근 미국 경제매체 CNBC방송에 따르면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002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낮추며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이로써 금리 인하 시작 시기를 둘러싼 고민은 사라졌지만 앞으로는 달러화 가치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질 전망이다.
연준이 직접 환율전쟁에 나서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 인하 결정 또는 인하 전망은 종종 달러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환율전쟁을 유발했다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인하 시기와 미국 대선, 중동 정세 불안 등이 맞물리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ICE달러지수는 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한 연준의 ‘빅컷’에 지난달 말 연중 최저치로 떨어졌다. 하지만 이달 들어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중동 지역의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자 달러화 가치는 다시 오르고 있다. 중동발 위기에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면서 달러화에 자금이 쏠렸다. 이는 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한 연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연준이 금리를 내려도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유지돼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낮춰주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선 이후다. 특히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변수 그 자체다. 트럼프는 이미 공공연하게 강달러에 불만을 표시하면서 환율전쟁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들이 재집권 시 달러화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달러화 약세 유도는 미국 수출을 늘리지만, 물가 안정에는 좋지 않다. 특히 이는 고관세 정책, 대규모 감세 등과 맞물리면서 인플레이션의 상방 압력을 확대한다.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하면 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의 금리 정책은 한층 더 꼬이게 된다. 다만 트럼프 정책으로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아이러니하게도 달러 강세 요인이 될 소지가 있다.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경기 부양을 위한 연준의 금리 인하 기조는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달러 가치가 하락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율이 2% 목표치로 둔화 흐름을 유지한다면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이 연준의 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에 이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해 달러 강세를 제어할 것으로 보인다.
아리아나 살바토레 모건스탠리 정책전략가는 “무역정책에 대한 대선 후보들의 수사를 넘어 광범위한 재정, 규제, 국가안보 정책 선택은 경제 성장, 상품 가격, 위험 수요에 대한 기대에 영향을 미쳐 미국 달러를 움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