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붐’도 붕괴…짓다 만 건물 수두룩
경제 회복 1년 이상 소요될 듯
하지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금융사들은 단 한번도 멈추지 않았다. 꾸준한 인수합병(M&A)으로 영토를 확장했고 점포도 늘렸다. 신사업 기회도 놓치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부진과 현지 기업들의 성장으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시적인 부침을 겪고 있으나 그동안 뿌렸던 씨앗은 언제든 수확할 수 있는 열매로 자라났다.
최근 세계로 비상하는 ‘K산업’을 통해 또 한 번 도약의 기회를 맞았다. 금융당국도 금융사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해 각종 규제를 없애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퀀텀 점프’할 준비가 돼 있는 한국 금융사들의 글로벌 전략을 짚어본다.
지난달 26일 새벽 4시 30분 캄보디아 시엠레아프 앙코르와트 입구에서 만난 6년 차 가이드 소팟(sophat·35)씨는 텅텅 빈 매표소를 보며 이같이 토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앙코르와트는 ‘세계 8대 불가사의’,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 장소’의 명성에 무색하게 황량한 모습이었다. 티켓 창구 앞에 줄지어 있는 5개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는 과거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붐볐는지 보여준다. 일출 보러 오는 관광객의 인파가 몰리지 않도록 매표소 앞에 펜스를 세워뒀지만 줄 선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캄보디아는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직격탄을 맞은 2020년 캄보디아의 국내총생산(GDP)은 -3.1%로 역성장한 이후 지난해까지 5.4%로 반등하는데 성공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인 2019년(7.1%)과 비교하면 아직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소팟 씨는 “펜데믹 당시에는 당일 취소가 많아 일할 수 없는 지경이어서 고향으로 내려가 어머니의 어묵 가게 일을 도왔다”면서 “현재 100만 명까지 늘었지만, 여전히 돈을 벌기 힘든 상황이고 시엠레아프 시내 가게들도 30~40% 사라졌다”고 호소했다.
그는 “캄보디아의 평균 월급이 150~200달러지만 한국에서는 2000달러 가까이 벌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원정을 많이 가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캄보디아의 경제성장률이 8% 전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암로)는 국내적 리스크로 △은행 부문의 부실채권 증가 △과잉공급에 따른 부동산 부문 침체를 지적했다.
이로 인해 부동산 시장은 2022년 말부터 침체기다. 국토관리도시계획건설부(MLMUPC)에 따르면 부동산 및 건설 프로젝트의 총 투자 자본은 2021년 53억3000만 달러에서 2022년 29억7000만 달러로 감소했다.
은행의 부실채권(NPL) 증가세도 심각하다. 지난해 대부분 산업에서 NPL이 증가하면서 은행권의 NPL 비율은 5.4%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이크로파이낸스 기관들의 NPL 비율도 6.5%로 전년(2.5%) 대비 급등했다.
코로나 19 이후 부동산, 의류, 건설 등 핵심산업들이 충분히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미국 연준(Fed·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 중국 경기 부진으로 인한 해외 투자 유입 감소 등으로 점차 연체율이 상승하면서다.
현지 은행권 관계자는 “캄보디아 국민은 대출을 잘 갚는 편인데 1인당 대출액도 1000달러 수준이다. 금융권 연체율이 올랐다는 건 그만큼 돈이 없다는 얘기”라면서 “금융권 전체 연체율이 상승하면서 리스크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