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 민·관 협동 글로벌 전략 강조
인공지능(AI) 주권을 확립하는 국가가 향후 의료, 에너지, 산업,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도 규제와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소버린 AI(Sovereign AI)를 구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AI Innovation)센터장은 이투데이 창간을 기념해 17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인공지능(AI), 건강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개최된 2025 테크퀘스트(2025 Tech Quest) 포럼에서 ‘소버린 AI에서 포용적 AI: 네이버의 글로벌 AI 전략’ 강연을 진행했다.
소버린 AI는 특정 국가의 문화, 가치관, 사회 및 정치적 환경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콘텐츠를 생성하는 AI를 의미한다. 단편적인 AI모델뿐 아니라 전력과 컴퓨팅인프라,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산업 현장의 적용까지 아우르는 밸류 체인 생태계를 가리키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생성형 AI가 등장하면서 AI 밸류 체인을 안정적으로 구축한 국가들이 AI 독립국, 더 나아가 패권국이 될 수 있다. 기술에 뒤쳐진 지역은 글로벌 기업이 개발한 AI 서비스에 의존하며 종속국으로 전락하게 된다.
AI 기술을 둘러싼 국제 관계도 점차 복잡해지고 있다. 현재 미국은 틱톡(TikTok) 등 중국 기업이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사용을 금지하는 등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엔비디아가 제조한 AI 칩(Chip)을 통제하고, 중국 제품을 사용하도록 자국 기업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와 비교해 프랑스는 중국과 AI 안전을 아젠다로 글로벌 리더십 협력을 맺었고, 중동과 아세안 역시 중국과 생성형 AI를 공동 개발, 활용하고 있다.
하 센터장은 “전 세계 정부와 기업들의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며, 자체적인 생태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의 지배력에 종속되는 상황이 불가피하다”라며 “미국과 중국은 이미 선도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한국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제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이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버린 AI 구축이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하 센터장은 ‘원 팀 코리아(One team Korea)’라는 슬로건으로 정부와 IT기업, 통신사, 대기업, 스타트업 등 관계자들이 모두 협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정부는 AI 확산을 가로막는 불필요한 규제를 조율하고, 기업들은 안전성과 보안을 강화한 기술을 개발해 실생활에서의 AI 사용성과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 센터장이 소속된 네이버에서도 자체 개발한 대규모 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HyperCLOVA X)’와 이를 경량화한 신규 모델 ‘대시(HCX-DASH)’를 선보이며 소버린 AI 구축을 선도하고 있다. 챗GPT는 95% 이상 미국 데이터에 의존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이중섭 작가의 작품이나 백제 금동대향로 사진에 대한 질문에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하이퍼클로바X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하 센터장은 “실제 업무에 도입할 수 있는 고품질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가성비 있게 보급하면서 가치사슬을 확장하는 일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라며 “AI 기술을 생태계 관점에서 이해하고 중장기적인 연구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