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에 두꺼운 붕대를 친친 감고 나타난 한 지인이 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길 들려줬다. “15년 전 새끼발가락을 다쳤을 때는 수술비가 20만 원이었는데 최근 약지 수술에는 220만 원이 들었다”면서 “그동안 의료기술이 얼마나 발전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해야 할 검사가 10가지는 넘었다”라며 의아해했다.
핀을 박는 수술이라는 점은 같았는데, 이번에는 엑스레이는 물론 CT, 피검사, 소변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까지 진행했다. 수술 때는 손 마취와 수면 마취까지 받아야 했다고 한다. 단 몇 가지 검사와 수술만으로 멀쩡해진 발가락이 무색하게, 손가락은 지나친 ‘호사’를 누린 셈이다.
건강이 걸린 문제니 어떤 검사가 꼭 필요한지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 속에서 소비자는 ‘의사의 입’에 따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달 25일 실손보험은 시험대에 오른다. 바로 실손의료보험금 청구 간소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보험금을 청구할 때 각종 서류가 자동으로 보험사에 전송되도록 하는 것이다. 업계는 이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 편의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비급여 청구 데이터가 대거 축적되면 이를 바탕으로 과잉진료를 억제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하지만 보험금 청구가 간소화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집적된 정보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과도하게 거부하거나, 보험료 인상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제도를 통해 보험업계는 정보 악용, 의료계는 과잉진료, 소비자는 보험사기에 대한 각자의 양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한 보험사 고위 관계자는 “보험산업은 선량한 소비자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믿고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내 건강을 인질로 필요 이상의 진료를 하는 의사가 없기를, 내 의료정보를 두고 악용하는 보험사가 없기를 바랄 뿐이다.
이 제도가 보험업계와 의료계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