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만기도래 예금 비율↑…금감원, 유동성 관리 고삐 조인다

입력 2024-10-2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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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상위 10곳 만기도래 예수금 비율 1년 새↑
전체 예금 30% 달하는 퇴직연금도 만기 몰려
금감원, 이달 1일 업권 업무보고서 일부 개정
29개사 퇴직연금 잔액·금리 등 매달 의무보고

연말에 만기 도래하는 대형 저축은행 10곳의 예수금 비율이 오르면서 유동성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감독당국은 매달 보고를 체계화하는 등 저축은행업권 유동성 관리·감독의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22일 각 사 통일경영공시에 따르면 6월 자산총계 기준 상위 10개 저축은행(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다올·페퍼·신한·하나·상상인)의 올해 하반기 만기도래 예수금은 24조840억 원이다. 전체 예수금(52조7017억 원)의 45.7%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42.8%보다 2.9%포인트(p) 오른 수준이다. 전체 예수금 중 6개월 이내로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비율이 올랐다는 것은 저축은행이 고객에게 내줘야 하는 자금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다. 같은 크기의 수신고에서 나갈 돈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셈이라 1년 새 저축은행 유동성 부담이 확대됐음을 뜻한다.

개별 저축은행으로 보면 신한·하나저축은행은 각각 올 하반기 만기도래 예수금이 전체 예수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상인저축은행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전체 예수금 중 6개월 내로 만기가 도래하는 예수금 비율이 19.8%에 그쳤지만, 올해 같은 기간 46.1%로 뛰었다. 경영 환경 악화로 1년 사이 전체 예수금 규모는 감소했는데 반해 만기가 6개월 이하로 남은 예수금 규모는 늘어난 영향이다.

만기도래 예금 중 퇴직연금 이탈 가능성은 저축은행의 유동성에 타격을 주는 요인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BI·신한·KB·BNK·IBK·푸른·JT친애 등 7개 저축은행의 예금 중 퇴직연금 상품 비중은 평균 26%였다. 최대 44%인 곳도 있을 만큼 퇴직연금 의존도가 높은 편이라는 게 한신평의 분석이다. 저축은행업권 전체의 퇴직연금 규모는 전체 수신잔액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퇴직연금법상 저축은행은 퇴직연금 상품을 직접 운용하지 못하고 시중은행 퇴직연금 시장에 정기예금을 판매한다. 관련 감독규정에 따라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BBB- 아래 투기등급으로 떨어지면 퇴직연금을 취급할 수 없게 된다.

저축은행의 경영지표가 악화해 신용등급이 낮아지면 시중은행이 저축은행의 퇴직연금 판매를 중단하거나 만기 후 타 금융기관으로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다. 예금이 대거 빠져나가면 유동성 지표가 악화하고 또다시 신용등급 하락 요인이 된다. 이 같은 악순환은 이미 현실화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으로 최근 저축은행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했고, 퇴직연금을 취급 중인 저축은행 수는 지난해 말 32곳에서 올해 8월 말 30곳, 10월 말 29곳으로 줄었다.

하반기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저축은행이 늘어날 가능성도 크다. 이른 시일 내 자산건전성 회복은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한신평은 기준금리 인하가 저축은행 건전성 지표에 반영되기까지 약 1년~1년 6개월 정도가 걸리고, 올해 4분기 시작되는 금리 인하로 인해 자산건전성이 개선되는 시점은 내년 하반기 또는 2026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같이 저축은행 유동성 관리 필요성이 커짐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감독 강화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이달 1일 상호저축은행업 감독업무 시행세칙 일부 개정을 통해 저축은행 업무보고서를 손봤다.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저축은행은 이달 말까지 올 9월 말 기준 △퇴직연금 잔액·만기도래 현황 △퇴직연금 취급액·평균금리 현황 △퇴직연금사업자별 잔액 현황을 업무보고서에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또한 매달 정기적으로 금감원 담당부서에 보고해야 한다.

그간 금감원이 개별 저축은행에 요청해 자료를 받는 방식에서 매달 자동 보고하는 체계로 바뀌면서 감독 강도가 높아진 것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만기가 도래하는 연말을 넘어 내년 초까지 기존보다 업권과의 소통을 늘리는 등 관리 감독을 엄격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저축은행업권은 하반기 유동성 악화가 우려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79개 저축은행의 11월과 12월 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예금 규모는 각각 전체 예금 대비 10% 수준”이라며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었고, 저축은행 예금금리가 시중은행에 비해 높아 자금 이탈 가능성도 작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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