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오른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3일 발표한 전기요금 인상방안에 따르면 대용량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16.9원) 상승한다. 역대 최대 폭이다.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도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8.5원) 인상된다.
이번에도 기업에만 부담을 전가했다. 지난해 11월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평균 4.9%(10.6원) 올린 데 이어 두 번째 이례적 차등 인상이다. 주택용·소상공인(일반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5월 kWh당 8원 인상한 이후 1년 6개월째 그대로다.
대기업으로 갈수록 전기요금 폭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20대 기업이 사용한 전력은 8만5009기가와트시(GWh)다. 전기요금으로 12조4430억 원을 냈다. 인상분을 단순 적용하면 추가 요금은 1조2000억 원이 넘는다. 중소기업 부담도 만만치 않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산업용(을)을 쓰는 대기업의 평균 사용량을 감안하면 (전체 기업 기준 1곳당) 연평균 1억1000만 원 내외로 전기요금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했다.
전기요금 핀셋 인상은 한전의 심각한 재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서민경제 부담을 고려한 배경은 이해 가지만 동의하기 어렵다. 인상 효과부터 의문이다. 전체의 1.7% 수준인 산업용 소비자의 전력 사용량은 53.2%를 차지한다. 이번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한전의 연간 전기 판매 수익은 약 4조7000억 원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한전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한전은 2021∼2023년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가 지속되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연결기준 누적적자는 약 41조 원이다. 2022년 이후 6차례 요금 인상에도 총부채는 203조 원에 달한다. 하루 이자 비용만 122억 원 수준이다.
최 차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때 에너지 가격이 오른 것을 한전이 떠맡았던 것인데 그때 대기업과 국민경제가 빚진 것을 (수출 대기업이) 환원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한다”고 했다. 한전이 부실 덩어리로 전락한 것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단세포적인 탈원전 정책에 더해 한 차례 인상에 그친 ‘정치 요금’ 탓이 크다. 그 책임을 기업에 떠넘기겠다는 것은 방향이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기업 팔만 비트는 것은 성장의 원천을 갉아먹는 일이다. 내년부터 우리나라 수출성장률이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넘쳐난다. 세계 경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연속해서 인상하는 것은 산업 경쟁력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제라도 국민 이해와 협조를 구해 전기요금 현실화에 나서야 한다. 사실상 사문화된 연료비연동제를 바로 잡고, 독립적으로 요금을 결정할 수 있는 체계 구축도 중요하다. 인기 없는 일이라도 국익을 우선시하는 게 국가의 책무다.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제정 등 국회가 할 일도 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