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세계은행(WB) 개발위원회에 참석해 인공지능(AI), 기후변화 등 미래 도전 과제에도 준비된 세계은행의 역할에 대해 제언했다.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와의 면담에서는 디지털 협력 강화방안 등을 논의했다.
2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이날 WB 개발위원회에 참석해 AI와 기후변화, 인구구조 변화 등 미래 도전과제에 준비된 은행이 되기 위한 세계은행의 역할을 제시했다. WB 개발위원회는 세계은행의 개발 의제를 논의하는 회의체로 25개 이사국 대표로 구성된다. 회의는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열린다.
최 부총리는 민간부문의 개도국에 대한 투자확대 촉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국도 최근 출범한 K-파이낸싱 패키지(K-Finance Package)를 촉매제로 활용해 다양한 재원을 통한 개도국 투자 확대 계획을 공유했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계개발보고서에서 언급됐듯 중진국 함정을 극복하고 혁신할 수 있도록 AI 등 디지털 신기술 도입을 중점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세계은행이 디지털 전환 부총재 직위를 신설한 것을 환영한다"며 "세계은행과 협력해 한국의 우수한 디지털 기술과 경험을 개도국과 공유하자"고 제안했다. 세계은행은 올해 7월 디지털 전환 부총재에 김상부 전 구글 컨슈퍼 공공정책 아시아·태평양 총괄을 선임했다.
저소득국의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 지원 지속을 위해 국제개발협회(IDA)의 제21차 재원보충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세계은행, 공여국, 수원국 공동의 노력을 당부하며 12월 한국에서 열리는 IDA 재원보충 최종회의가 성공적으로 개최될 수 있도록 힘을 합치자고 했다.
앞서 최 부총리는 아제이 방가 세계은행 총재와도 만났다. 한국기업 대상 'WB 조달설명회'를 5월에 이어 11월에 추가로 개최하는 등 한국과 세계은행 협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IDA 최종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한국의 디지털 분야 경쟁력을 감안해 신탁기금, 세계은행 한국사무소 등을 통한 디지털 협력 강화방안도 논의했다.
최 부총리는 세계은행이 8월 발간한 세계개발보고서에서 한국을 '성장 슈퍼스타'라고 지칭하는 등 한국 경제성장 과정에 관한 관심에 감사를 표했다. 또한 달라진 한국의 위상과 세계은행의 기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한국인 채용과 고위직 비중 확대에 관심을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마리 디론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과도 면담했다. 최 부총리는 역동 경제, 구조개혁 등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추진하는 노력을 소개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를 강조하며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국가채무 증가를 최소화하는 정책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마리 디론 글로벌 총괄은 "한국의 높은 신용등급(Aa2)은 한국 경제의 탄탄한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정지출조정을 실제로 이행하는 국가가 많지 않다"며 한국의 재정 건전화 정책을 높게 평가했다. 또한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도 한국의 이런 노력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알리 빈 아흐마드 알 쿠와리 카타르 재무장관과의 면담에서는 투자, AI, 데이터, 농업기술, 에너지, 항만·공항 등 각 분야 협력 강화를 제안했다. 알 쿠와리 장관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한국의 기술력이 뛰어나다"며 카타르가 다양한 시설 자동화해 나가는 데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최 부총리는 유로클리어의 국채통합계좌 관련 그룹 내 최고위 관계자인 이사벨 델롬 전략·상품개발 부문 총괄과도 만나 내년 하반기 FTSE 러셀의 WGBI 편입 자금 유입에 대비해 점검 사항과 향후 계획을 논의했다.
델롬 총괄은 "유로클리어가 최초 계약을 체결한 지 채 1년도 지나기 전에 국채통합계좌 도입이 완료된 건 한국이 처음"이라며 "한국 정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외환·자본시장을 선진화하고자 하는 강력한 정책 의지와 신속한 투자자 피드백·제도 개선, 적극적 홍보 활동이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국채통합계좌를 통한 투자수요는 개통 1개월 만에 11억 유로로 급증했고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부총리도 "WGBI 편입 전까지의 과정에서 주요 글로벌 수탁은행, 자산운용사 등 전 세계적으로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는 유로클리어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