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해리에게’ㆍAIㆍ글로벌 진출
티빙 대주주 KT는 반응 미지근
주주간 이해 얽히며 1년째 답보
미디어 사업을 통신, 인공지능(AI)과 함께 3대 핵심 과제로 꼽은 KT가 국내 첫 토종 연합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될 티빙과 웨이브 합병의 마지막 관문으로 남았다. 티빙의 주주인 KT가 자체 인터넷TV(IPTV) 등의 받을 타격을 의식해 합병 카드를 고심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KT는 그룹 내 콘텐츠 플랫폼인 ‘KT지니TV’와 콘텐츠 기획, 제작을 맡는 ‘KT스튜디오지니’ 등 다방면에서 그룹 내 콘텐츠 역량을 결집,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등에 따르면 닐슨코리아 기준 전국 2.0% 시청률로 출발한 KT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나의 해리에게’는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다 22일 방송한 10회에서 3.6%로 자체 최고 시청률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배우 신혜선, 이진욱과 함께 화제성 순위에 오르고 있는 이 드라마는 KT의 자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기획, 지니TV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해 ENA채널과 지니TV에서만 시청할 수 있다. 이에 OTT 주요 시청자들은 해당 드라마의 접근성이 낮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KT와 스튜디오 지니가 넷플릭스, 티빙 등 주요 OTT에 드라마를 배급하지 않는 건 지니TV의 이용자를 늘리기 위한 복안으로 풀이된다.
KT는 자사 IPTV에 AI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온디바이스 AI를 적용한 셋톱박스를 연내 출시해 AI가 인물별로 영상을 편집한 후 이를 화면 하단에서 미리 보기 형태로 노출하는 등의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가 먼저 온디바이스 AI 셋톱박스를 내놓으면서 격화된 IPTV AI 경쟁에 맞붙겠다는 전략이다.
KT는 미디어 사업의 글로벌 진출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KT스튜디오지니는 그룹 내 관계사 KT알파로부터 콘텐츠 사업 본부를 양수하기로 결정했다. 그룹 내 분산된 콘텐츠 역량을 결집하고 사업 시너지를 통해 지식재산권(IP)스튜디오로 도약하기 위한 결정이다. 넷플릭스, 삼성TV플러스 등을 고객사로 둔 KT알파는 특히 미국에 출시된 삼성전자의 삼성TV플러스에 국내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이에 KT스튜디오지니가 보유한 IP 또한 KT 알파에 힘입어 북미 등 글로벌 시청자와 접촉을 늘릴 수 있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이에 OTT 업계에서는 독점 콘텐츠로 조용한 대박을 터트리고, AI 사업과 글로벌 진출까지 강화하고 있는 KT가 그룹 내 미디어 사업의 성장세를 의식해 티빙과 웨이브 합병에서 마지막까지 찬성 입장을 내지 않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자체 IPTV 사업이 받을 영향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2분기 KT IPTV 가입자 수는 942만3000명으로 전년 동기(947만명)보다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 합병의 마지막 변수로 자리잡은 KT가 합병안에 찬성할 경우 양측 주주들은 곧바로 본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티빙의 경우 △CJ ENM 48.9% △KT스튜디오지니 13.5% △젠파트너스앤컴퍼니 13.5% △SLL중앙 12.7% △네이버 10.7%로 주주가 구성돼 있다. 웨이브는의 주주는 △SK스퀘어 40.5% △KBS 19.8% △MBC 19.8% △SBS 19.8%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