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한국 독립영화 경향 알 수 있는 작품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SIPFF)와 서울독립영화제(SIFF) 등 개성 강한 영화제들이 11월 개최를 앞둔 가운데, 개·폐막작을 포함한 프로그래머 추천작 등 평소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들이 공개되며 관객의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영화계에 따르면, 올해로 14회째를 맞은 SIPFF는 한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성소수자 국제영화제다. 내달 7일부터 CGV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리며, 전 세계 30개국 104편을 상영한다.
올해 개막작은 홍콩의 영화감독 레이 영의 '모두 다 잘될 거야'다. 레이 영의 네 번째 장편영화로 황혼의 레즈비언 커플이 당면한 삶과 죽음, 존엄의 문제를 그렸다. 2024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퀴어영화 작품상인 '테디상'을 받았다.
폐막작은 이송희일의 '파랗고 찬란한'이다. 영화과 학생 두 명이 산불 재해 현장에서 졸업 작품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실제 한반도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이 난 강원도의 한 도시를 배경으로 한다.
이 밖에도 인도를 방문한 11세 주인공이 가족들로부터 정통 의식을 강요받으면서 성정체성과 씨름하는 이야기를 다룬 '홀리 커스', 계엄령이 해제된 1994년 대만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한 '소녀들이여, 거센 비처럼', 이중생활 중인 퀴어 나이트클럽의 공연자와 기계공으로 일하는 젊은 싱글대디의 이야기를 그린 '유니콘' 등 세계 각국에서 출품된 퀴어영화들이 김승환 프로그래머 추천작으로 선정됐다.
또 올해는 '스페셜 프라이드 섹션'을 통해 네덜란드 퀴어영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이중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섹스 사이런스'다. 서로 다른 인종, 성정체성의 네 명의 주인공을 통해 자기 탐구의 여정을 그렸다.
스페셜 프라이드 섹션에서는 1993년에 개봉한 신승수의 ‘가슴달린 남자’도 만날 수 있다. 배우 최민수와 박선영 주연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복장전환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SIPFF가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디지털 시네마 패키징(DCP·극장 상영이 가능한 디지털 포멧으로 영상 변환)로 복원한 작품이다.
올해로 50회째를 맞은 SIFF는 내달 28일부터 9일간 CGV압구정 일대에서 열린다. 올해 개막작은 '백현진쑈 문명의 끝'이다. 싱어송라이터, 화가, 시인 등 전방위 예술가로 활동하는 백현진이 제작을 맡았다. 제44회 SIFF 장편부문 상영작인 '군대' 이후로 선보이는 박경근의 네 번째 연출작이기도 하다.
감독은 백현진의 불안정하고 모호한 내면을 연출의 핵심요소로 사용했다. 다큐멘터리나 픽션이라는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실험적 형식으로 구성한 점이 특징이다.
백현진의 즉흥성에 반응하는 연출 방식도 흥미롭지만, 공연에 등장하는 무용수·배우·음악가·코미디언 등의 몰입도 충만한 현장 연기를 영상으로 만나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이 외에도 종잡을 수 없는 유튜버 문상훈과의 토크쇼, 가수 장기하, 배우 김고은, 김선영, 한예리가 보여주는 무대 연기도 볼거리다.
SIFF 관계자는 "올해 50주년을 맞이하는 서울독립영화제가 추구해 온 거침없는 도전과 한국 독립영화의 정신에 잘 부합하는 작품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