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이어 영국도...재정위기에 부자증세 나선 유럽

입력 2024-10-31 15:21수정 2024-10-3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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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증세 규모 400억 파운드 예산안 공개
GDP 대비 1.25%…33년 만에 최대
기업 근로자 국민보험 부담액·자본이득세 인상
프랑스는 대기업 법인세 할증
독일, 세금 인상 압박 커져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30일(현지시간) 의회에서 정부 예산안을 발표하고 있다. 런던/AFP연합뉴스
유럽을 대표하는 국가들이 재정위기를 탈피하고자 증세에 나서고 있다. 부유층과 대기업이 주요 타깃이 됐다.

30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따르면 14년 만에 정권을 잡은 영국 노동당 정부는 부유층을 겨냥한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당국은 무려 400억 파운드(약 71조 원)에 달하는 증세안을 내놓았다. 영국 싱크탱크 재정연구소(IFS)는 “증세 규모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25%로 1.4%에 달했던 1991년 이후 33년 만에 최대”라고 분석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의회 연설에서 “오늘 본인은 공공재정의 안정성을 회복하고 공공 서비스를 재건하려 한다”며 “야당인 보수당은 정부 지출에 대한 예산을 적절하게 편성하지 않아 영국을 실패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세금과 관련해 매우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기업이 근로자 국민보험에서 부담해야 하는 비중을 급여액의 15%로 상향하기로 했다. 전체 증세안의 절반 이상인 250억 파운드가 여기서 조달될 것으로 당국은 추산했다.

자본이득세도 오른다. 사모펀드 매니저의 거래소득 세율은 최고 32%까지 상향하고 개인 투자자의 자본이득세는 구간에 따라 10~18%와 24%로 높이기로 했다.

상속세의 경우 그간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던 상속 연금을 2027년부터 포함하기로 했다.

노동당은 선거 전부터 근로자 세금을 가능한 한 낮게 유지하고 이들의 소득세는 건들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약속대로 이번 예산안은 기업과 부유층이 주요 타깃이 됐다.

이달 초 프랑스도 영국과 비슷한 방식의 증세안을 공개했다. 프랑스 재정경제부는 증세를 통해 거둘 193억 유로 가운데 136억 유로를 기업들로부터 받아내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매출액 10억~30억 유로 대기업의 법인세를 20.6%, 30억 유로 이상 기업의 경우 41.2%까지 할증하기로 했다.

또 연간 소득이 25만 유로를 넘는 1인 가구와 50만 유로를 넘는 무자녀 부부에 대해 20%를 최저 소득세율로 정했다.

일련의 과정을 거쳐 프랑스 정부는 올해 GDP 대비 6.1%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재정적자를 5년 내 3% 이하로 낮춘다는 방침이다.

유럽 경제대국이자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을 안은 독일 연정은 7월 내년도 예산에 합의했다. 부유층에 대한 증세 계획은 없었지만,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세금 감면 계획을 포함했다.

다만 독일도 여전히 막대한 부채 부담에 시달리고 있어 추가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독일세무전문가협회는 2024~2028년 전체 세수 전망치를 5월 전망치보다 581억 유로 하향했다. 최근 6개월 새 경제 전망이 더 약해졌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독일 연정은 수개월 간 논쟁 끝에 내년 예산안을 합의했지만, 예상 지출과 수익 사이 격차를 줄이는 방법에 대해선 의문을 남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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