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습적 유증 발표 간과 못해”
금융당국이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에 우려를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금융감독원의 유상증자 계획 제지 가능성을 제기했으나 일단 ‘경고’에 그치면서 영풍과 MBK파트너스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은 더욱 장기화할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은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브리핑을 열고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검토, 불공정거래 조사 진행 상황 등에 관해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함 부원장은 “양측의 공개 매수 과정에서 근거 없는 특정 세력과의 결탁설, 주주 간 계약 및 공개 매수 규모 관련 각종 통문 유포는 물론 공시 서류 간 모순되는 기재 내용을 활용한 위계 사용 등의 부정거래 행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며 “개연성 있는 혐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미 구성된 조사 태스크포스(TF)에서 집중 조사 중이며,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신속히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관련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이는 최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진행한 자사주 공개매수와 뒤이은 유상증자 발표 과정에서 공시 미흡으로 투자자에게 혼란을 일으킨 부분이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고려아연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과 관련해 함 부원장은 “시장의 불안과 우려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며, 시장의 눈높이에서 증권신고서의 충실 기재 여부 등을 살펴보고 진행 중인 불공정거래 조사와도 연계해 살펴볼 방침”이라며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위계를 사용하는 부정거래 등 위법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해당 회사뿐만 아니라 관련 증권사에 대해서도 엄중히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향후 금융당국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 대해 10일 이내의 검토를 거친 뒤 정정 요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함 부원장은 “고려아연이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정정도 해나갈 수 있고, 불법행위로 인해서 회사 스스로 문제점을 파악하고 행동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은 전날 이사회를 열고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 원에 일반 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공시했다. 이를 통한 확보 자금 규모는 약 2조5000억 원이다.
이번 유상증자가 성공하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3.4%가량의 의결권을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최 회장 측과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이 주식 공개매수 경쟁을 벌인 결과 양측의 지분율 차이는 3%포인트(p) 정도가 됐다. 실패로 돌아갈 경우 영풍ㆍMBK파트너스 연합이 지분율 우위를 앞세워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에서도 우세를 점할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