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동창회가 보수적 시각으로 근현대사를 분석해 논쟁의 대상이 된 역사서를 신입생들에게 증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서울대 일부 단과대 학생회에 따르면 총동창회는 이달 초 뉴라이트 계열의 역사인식을 담은 한국현대사서 ‘대한민국 이야기’를 신입생들에게 증정했다.
논문집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이 책은 일제의 조선 지배가 한국 경제성장의 초석이 됐다는 내용의 ‘식민지근대화론’을 비롯,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체’, ‘이승만 대통령 바로 알기’ 등 논란이 되고 있는 주제들을 담고 있다.
‘재인식’은 1980년대 한국현대사의 필독서로 꼽힌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시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비판해 학계에 극심한 논쟁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같은 역사서를 선배들(총동창회)이 공식적으로 신입생에게 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에서는 균형을 상실한 부적절한 처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인걸 서울대 국사학과장은 “한국현대사 이해를 둘러싸고 견해차가 있는데 ‘대한민국 이야기’는 그 중 극단적인 한 견해를 대변한다”며 “논란의 한 가운데 있는 책을 총동창회가 신입생에게 배포한 것은 신중하지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정용욱 국사학과 교수는 “‘대한민국 이야기’가 가진 역사인식은 여러 번 문제가 됐고 역사학계에서도 비판이 있었다”며 “이 같은 책을 총동창회 기금으로 구입해 회장 이름으로 나눠줬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박연수 서울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은 “예전부터 책을 신입생에게 나눠줬는데 반응이 시큰둥하고 책을 읽는다는 확신이 없었다”며 “대학에 갓 들어온 후배들이 처음 읽는 책이다 보니 딱딱하지 않은 책을 선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