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심의 느슨한 것 아니냐” 지적… “커뮤니티 성격 사이트로 관리자가 수시로 삭제”
폭력적 게시물은 물론, 성적 수치심과 자극적인 글들이 무수히 게시되고 있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가 유해매체물로 지정되지 않는 것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일베 회원 중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10대들이 저속한 폭력적 표현과 강간, 섹스 등 성적 표현들을 무차별적으로 쏟아내고 있지만, 유해매체물로 지정되지 않은 채 버젓이 운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일베에 대해 유독 느슨한 심의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베 게시판에는 “6살 조선족 여아를 강간하겠다”는 입에 담기 어려운 성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버젓이 올라 있다. 또 성범죄자가 자신의 전자발찌 인증사진을 올리고, 성범죄자 고지서를 게시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극단적 행동들이 현실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일베에 올라온 한 동영상에는 버스에서 진보적 성향의 사이트인 ‘오늘의 유머’를 접속했다는 이유로 길가는 초등학생의 뒤통수를 내리치고 ‘일베 만세’라고 외치는 영상이 올라 있다.
이들의 범죄 모의나 극단적 행동이 오프라인에서도 충분히 실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또 ‘우리민족끼리’ 등 북한 사이트 4곳의 회원정보 2만여건을 해킹해 공개했던 ‘어나니머스’의 최준석(가명·해커필명 Anonsj)’ 역시 일베에서 활동해온 중학생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들이 일베를 통해 삐뚫어지게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과 왜곡된 역사관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극단적인 행동까지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들과 함께 활동하던 어나니머스들은 “일베에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정치적 편향성은 극우주의자에 비교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5·18 이야기만 꺼내도 모두 종북이라고 몰아붙이는 수준에까지 왔다”고 말했다.
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하는 게 어렵다는 입장이다.
심의위원회 한 관계자는 25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베에 대한 신고는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유해사이트 지정은 무리가 있다”면서 “일부 게시물이 도를 넘어서는 측면이 있긴 하지만 커뮤니티 성격의 사이트인데다 관리자가 이를 수시로 삭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 사이버사회연구소장은 “유해사이트 지정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접속차단 등의 조치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도를 넘는 게시물 삭제 등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 소장은 “일베 회원들을 극우주의자로 보는 시각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베는 걸그룹 미쓰에이 멤버 수지를 성희롱하는 사진을 올렸다가 소속사로부터 고소를 당했고, 암으로 임종한 울랄라세션 임윤택 단장과 배우 박시후 성폭행 논란에 대한 악플 역시 물의를 일이키는 등 포털사이트 다음에는 ‘일베를 유해사이트로 지정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올 때마다 2만명 가까운 네티즌들이 서명을 하고 있을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