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소식에 인권단체들이 공사 재개와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고 나섰다.
인권단체 및 인권활동가들은 1일 ‘생명을 희생하며 세워진 송전탑은 우리의 ‘빛’이 될 수 없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나무에 목을 매고, 경찰의 방패 앞에서 알몸으로 저항하는 밀양 할머니들은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인권의 모습”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살던 대로 살고 싶다, 고향 땅에 묻히겠다는 너무나 소박한 소망에 대해 배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이 땅에서 인권이 설 곳이 없다”며 “인권운동이 너무나 무력해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밀양 송전탑 건설과정은 무모한 국책사업 시행이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며 “한전과 정부는 공사를 강행하며 맨몸으로 맞서는 주민들에게 서슴지 않고 폭력을 행사했다”고 비판했다.
인권활동가들은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호소한다”며 “밀양의 갈등은 지역 님비현상이 결코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도시에서 소모되는 전력난의 피해는 오롯이 농사짓는 농민들 발등에 떨어졌다”며 “우리 사회의 핵 발전 확대정책을 중단시키고, 더 평화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밀양 송전탑 공사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우리는 이미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에 앞서) 새만금, 부안, 평택, 용산, 4대강, 강정 등을 통해 너무나 많은 희생과 고통을 경험했다”며 “무지와 관행이 낳은 비극이 더 큰 파국을 만들어내기 전에 밀양 송전탑 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생명을 희생하며 세워진 송전탑이 결코 우리의 ‘빛’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밀양으로 향하고 있다”며 “더 이상 구부정한 허리로 가파른 산을 오르지 않기를, 나무껍질 손등 위로 억울함의 눈물이 흐르지 않기를, 절망에 가득 찬 비명이 메아리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글을 맺었다.
다음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반대 성명서 전문이다.
<생명을 희생하며 세워진 송전탑은 우리의 ‘빛’이 될 수 없다>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와 공권력 투입을 규탄하는 인권단체 및 인권활동가들의 성명서
밀양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우리의 마음이 시립도록 차갑다. 한전은 다시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한다. 송전탑 건설 현장에는 대규모 공권력 투입이 예상된다. 죽음도 불사하겠다는 주민들의 절규가 가슴에 부딪힌다. 살던 대로 살고 싶다, 고향 땅에 묻히겠다는 너무나 소박한 소망에 대해 배반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는 이 땅에서 인권이 설 곳이 없다. 인권운동이 너무나 무력해서 죄송하다. 이미 사람이 죽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다쳤다. 다시 시작될 무모한 공사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지 모른다. 우리는 지금 즉시 한전과 정부가 송전탑 공사 재개 계획을 철회하고, 진정성 있는 자세로 주민들과 대화할 것을 촉구한다.
밀양 송전탑 건설과정은 무모한 국책사업 시행이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파괴하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한전과 정부는 밀양 송전탑 사업 초기부터 주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하며 일방적으로 공사를 추진해왔다.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고압전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조차 하지 않았다. 땅의 가치를 폄하하며 비현실적인 보상으로 주민들을 회유하고 공동체를 분열시켰다. 자신의 터전과 건강을 지키려는 밀양 주민들의 저항은 너무도 정당하다. 한전과 정부는 공사를 강행하며 맨몸으로 맞서는 주민들에게 서슴지 않고 폭력을 행사했다. 목숨을 걸고 지키겠다는 국민의 비명을 무시하는 정부에 희망은 없다.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시민들에게 호소한다. 밀양의 갈등은 지역 님비현상이 결코 될 수 없다. 도시에서 소모되는 전력난의 피해는 오롯이 농사짓는 농민들 발등에 떨어졌다. 이 갈등의 발단인 정부의 에너지 공급정책의 문제점에 관심을 가져주길 요청한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독일은 원자력발전소 폐쇄를 선언했다. 그러나 독일도 송전선로를 건설한다. 독일은 입지선정부터 지중화 검토, 보상 협의, 향후 대책까지 송전선로 건설에 관련된 모든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보장한다. 독일 시민들은 매일 산에 오르며 공사를 막지 않아도, 경찰·용역·한전에게 모욕당하고 폭행당하지 않아도, 길거리에서 집회를 하지 않아도, 자신들의 의사를 민주적인 절차 안에서 반영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핵 발전 확대정책을 중단시키고, 더 평화롭고 평등하며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하기 위한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밀양 송전탑 공사는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미 새만금, 부안, 평택, 용산, 4대강, 강정 등을 통해 너무나 많은 희생과 고통을 경험했다. 국책사업의 명목 하에 국가는 주민들의 삶과 미래를 강탈해왔다. 지난 9월26일 이성한 경찰청장은 밀양에 방문하여 공권력 집행을 방해하면 엄벌에 처한다는 경고를 직접 밝혔다. 그리고 오늘 새벽 6시30분경 경찰과 한전 직원들이 들어와 기습적으로 공사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는 다시 밀양에서 국가 폭력을 자행하겠다고 하는 기만적인 공권력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 “밀양 송전탑 갈등을 끝낼 때가 됐다”고 말하며 기습공사로 갈등을 부추기는 조환익 한전 사장을 규탄한다.
지난 5월, 정부와 한전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재개했다가 10여 일 만에 잠정 중단했다. 나무에 목을 매고, 경찰의 방패 앞에서 알몸으로 저항하는 밀양 할머니들은 바로 오늘날 한국사회의 인권의 모습이다. 법률과 정책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은 절박한 투쟁밖에 없었다. 9년의 투쟁, 쓰러져도 다시 일어나는 평범한 할머니들은 ‘포기 없음’을 보여주었다. 정부와 한전은 귀를 막아버리고 어떻게 해서든 공사를 하겠다고 한다. 무지와 관행이 낳은 비극이 더 큰 파국을 만들어내기 전에 밀양 송전탑 공사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생명을 희생하며 세워진 송전탑이 결코 우리의 ‘빛’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밀양으로 향하고 있다. 더 이상 구부정한 허리로 가파른 산을 오르지 않기를, 나무껍질 손등 위로 억울함의 눈물이 흐르지 않기를, 절망에 가득 찬 비명이 메아리치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3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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