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상 배임·개인비리 수사 초점…‘이석채 뽑아내기 수순’ 분석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양호산 부장검사)는 22일 오전 10시30분경부터 성남 KT 본사, 서초동·광화문 사옥과 이 회장과 임원 자택 등 16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의 KT 압수수색은 참여연대가 2월 말 이석채 회장을 스마트애드몰사업, OIC 랭귀지 비주얼 사업, 사이버 MBA사업과 관련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대표 통신회사인 KT 이석채호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사정 당국의 칼날이 이석채 KT 회장을 직접 겨냥함에 따라 이석채 회장의 비리 여부와 향후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22일 전격 이뤄진 KT 본사와 이석채 회장 자택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은 이석채 회장의 퇴진을 염두에 둔 현 정권의 최후 압박카드로 볼 수 있다.
외형적으로는 참여연대가 지난 2월말 이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데 따른 수사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내용은 이석채 KT 회장의 자진퇴진을 희망하는 현 정권의 본격적인 ‘손보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검찰이 자택 압수수색까지 한 점을 감안할 때 사정당국은 이미 이 회장 개인비리 등 소환수사에 대한 확신과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보이며, 22일 압수수색은 향후 4개월여의 검찰수사를 공식화한 ‘발표’의 성격을 띤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재계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이미 청와대를 중심으로 이석채 KT 회장의 자진퇴진에 대한 완곡한 시그널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를 채우겠다며 버틴 데 대한 ‘이석채 뽑아내기’ 절차의 서곡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검찰 수사 방향은 두 가지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먼저 경영상 배임 혐의 쪽이다.
참여연대 측이 제기한 배임 혐의는 KT 사옥을 시세보다 싸게 매각, 869억원의 손해를 입혔다는 것과 스마트애드몰, OIC 랭귀지 등에서도 60억원대의 손실이 발생해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는 주장이다.
경영상 회사에 손실을 끼쳤다는 배임 혐의는 논란의 여지가 많아 향후 검찰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번째는 이석채 회장 개인비리에 대한 수사 여부다.
검찰의 이번 수사는 사실 이석채 KT 회장 ‘뽑아내기’ 수준의 압박카드라는 점을 감안해볼 때, 개인비리 쪽으로도 상당한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당국은 특히 구매 파트의 경우 이석채 회장 라인이 대거 포진해 있는 점, 크고 작은 신규 투자 시 이석채 회장 친인척이 연루돼 있는 점 등에 상당한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이석채 KT 회장을 정조준함에 따라 KT가 벌써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이미 KT는 내사설이 흘러나오면서부터 경영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경쟁사 대비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고, 3분기 및 하반기 매출 역시 최악의 실적을 기록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주가는 출렁이고 있다.
KT 조직 역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임원은 물론 직원들 대부분 하루 종일 일손을 놓은 채 압수수색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KT 관계자는 “경영진이 바뀔지 모르는데, 일이 손에 잡힐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간 3조5000억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고 있는 KT 영향력 아래 있는 통신장비 인프라 분야 벤처산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통신장비업체의 한 CEO는 “내년 상반기 투자를 확정해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런 투자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협력사 납품물량이 크게 감소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황금주파수를 확보, 절호의 기회를 맞은 KT는 이번 검찰수사로 광대역 LTE 투자 및 서비스에도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KT 이석채호의 운명은 이제 향후 4~5개월간의 검찰수사로 갈라질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이석채 회장의 퇴진은 사실상 불가피하다는 전망들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태를 통해 KT 지배구조에 대한 전면적인 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KT는 정부가 단 한 주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은 100% 민간기업이고, 외국인 지분이 무려 44%에 육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 교체기마다 KT에는 늘 낙하산 인사가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정권교체기마다 CEO 리스크를 강요하는 정부의 낙하산 인사관행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처음 아이폰을 도입하고, 황금주파수를 성공적으로 확보하며 임기를 채우려던 이석채 회장은 도중하차 가능성이 높아졌으며, 그가 어떤 형태로 퇴진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