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불법영업을 일삼는 이통 3사에 대해 27일 역대 최고 금액인 1000억원이 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정부의 1000억원대 과징금 부과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통 3사는 과징금부과 바로 다음날인 지난 주말, 일제히 보조금을 대거 풀며 불법보조금 영업을 재연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27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과잉 보조금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한 이동통신3사에 사상 최대 수준인 106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통 3사에 부과된 과징금은 SKT 560억원, KT 297억원, LG유플러스 207억원 등 역대 최고의 규모다.
당초 2주 이상의 영업정지가 예상됐으나 업체간 벌점차이가 크지 않아 주도사업자를 걸러내지 못했다는게 방통위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통 3사는 과징금 부과 직후 주말동안(28~29일) 또다시 보조금을 살포하며 불법 영업을 지속했다.
주말동안 온라인 주요 사이트에선 일정 조건에 한해 옵티머스G와 베가 아이언 등이 0원과 1만원에 판매됐다. 또 갤럭시 S4 LTE-A는 28만9000원에 나오기도 했다. 버스폰(버스처럼 갈아탈 수 있는 싼 휴대전화를 의미)이 다시 등장한 것.
고가의 신형 모델도 예외는 아니었다. 갤럭시노트3는 할부원금 59만원에 거래됐다. 출고가가 106만7000원 인점을 감안하면 48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투입 된것이다. 방통위가 정한 보조금 한도인 27만원보다 21만원나 초과한 액수다.
업계에선 영업정지 걱정으로 잔뜩 몸을 움츠렸던 이통사들이 과징금으로 징계가 끝나자 한숨을 돌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통사들은 연말 대목을 잡기 위해 주말동안 불법 보조금을 대거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당초 방통위는 과잉보조금을 주도한 사업자를 골라 본보기로 2주간의 영업정지를 취할 방침이었다. 실제로 방통위는 지난 월 보조금 경쟁을 주도한 사업자로 KT를 지목하고 7일간 단독으로 영업정지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조사과정에서 방통위 위원들이 이미 주도사업자에 대한‘강력 처벌 방침’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영업정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과징금 규모를 늘렸을 뿐 영업정지를 통한 강력한 제재를 내놓지는 못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주도사업자와 차순위 사업자 간 벌점 차이가 미미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업계에선 영업정지 철퇴를 피한 이통사들이 연말과 신년 대목을 잡기 위해 불법보조금 경쟁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방통위가 공개한 조사 자료에 따르면, 위반율, 보조금 초과 등 6개 항목을 고려해 벌점을 더했을 때 SK텔레콤이 73점, KT가 72점, LG유플러스가 63점으로 집계됐다. 주도사업자를 꼽아 영업정지 조치를 내렸을 경우 SK텔레콤이 대상이 된다.
하지만 SK텔레콤과 KT가 1점차이 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주도사업자를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오남석 이용자정책국장은 “주도사업자를 선별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방침이었지만 1위사업자와 2위 사업자의 벌점이 1점차에 그쳐, 벌점 차이에 비해 제재가 너무커 비례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해 따로 주도사업자를 선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