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례 대책' 집값 하락세 진정 효과… 전세대출 4조6000억 늘어
그러나 정부 대책들이 매매 활성화에만 치우쳐 인위적 ‘집값 띄우기’였다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일부 전세시장을 위한 대책이 나왔지만 전세대출을 늘리는 등 땜질식 처방에 지나지 않아 오히려 전셋값만 올리고 가계부채만 키우는 등 서민 주거여건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의 대표 주택 브랜드인 행복주택 사업은 축소됐고 목돈안드는 전세 제도도 사실상 폐지되는 등 공약은 껍데기만 남아 있는 등 1년간 헛물만 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매매 활성화로 전세시장 안정?…전셋값만 수직상승 =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4·1 종합대책’에 이어 ‘8·28 전월세 대책’을 통해 시장 자율적 기능 회복을 추구해왔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감면을 통해 매매 거래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고, 공유형 모기지, 디딤돌 대출 등을 통해서는 주택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원활하게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등 거래 활성화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 띄우기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에 따라 2012년 3.0%의 하락률을 보였던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지난해 1.1% 하락으로 집값 하락세가 진정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서민의 주거생활 안정과 직결되는 전셋값 잡기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986년 시작된 국민은행 월별 전셋값 조사에 따르면 전셋값은 지난 2009년 3월부터 이달까지 60개월 연속 상승하며 역대 최장기간 상승 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 기간 전셋값은 2009년 3월 이전보다 40% 가까이 올랐다. 게다가 매매 활성화 정책에 따라 떨어지던 집값이 다시 오르면서 서민층의 주거안정은 더욱더 위협받고 있다. 장재현 부동산뱅크 팀장은 “매매거래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현 대책만으로 전세 안정화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특히 전세대출을 늘리면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서민 주거안정을 위해서라면 임대차 시장에 관심과 정책수단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복주택, 짬뽕주택 전락…부동산 공약 껍데기만 남아 = 박근혜 정부의 부동산 공약은 1년 만에 누더기가 됐다. 행복주택은 애초 제시했던 개념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틀이 바뀌었다. 목돈안드는전세 제도도 시장 상황을 잘못 판단해 찬밥 취급을 받다가 결국 용도 폐기되는 신세가 됐다. 우선 정부가 20만 가구 규모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던 행복주택은 첫삽도 뜨기 전에 14만 가구로 줄었다. 이 가운데 애초 계획됐던 철도부지·유수지·공영주차장·미활용 공공시설용지 등 공공용지에 들어서는 주택은 3만8000가구에 불과하다. 특히 대선 당시 제시했던 ‘철도 부지 위 인공 대지에 짓는 행복주택’은 1만2000~1만3000가구에 그친다. 대신 정부는 도시재생지역, 공기업 보유부지, 산업단지와 미니복합타운 등으로 행복주택 10만2000가구를 공급한다. 이런 곳에 지어지는 행복주택은 종전의 임대주택과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행복주택이 ‘짬뽕’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기존 행복주택 지구로 지정된 지역 대부분이 주민 반대가 심해 추진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시범지구 7곳 가운데 2곳(목동·공릉지구)은 지자체나 주민들이 나서 지구지정 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산 고잔지구 등 나머지 지구도 주민들이 비대위 등을 구성해 지구지정 취소 소송을 펼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또 다른 핵심 부동산 정책인 목돈안드는전세 제도 역시 사실상 용도 폐기된 상태다. 집주인이 본인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세입자가 전세금을 대출받도록 한 ‘목돈안드는전세Ⅰ’제도는 지원 실적이 단 2건(1400만원)에 그쳐 이름만 남아 있다. 깡통전세를 막겠다던 임차보증금 반환청구권 양도방식의 ‘목돈안드는전세Ⅱ’의 경우 상품은 없애고 개념만 ‘전세금 안심대출’에 포함시켰다.
◇최근 매매·전셋값 동반상승…서민 주거여건 악화일로 =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빚 내서 전셋값을 올려줘야 하는 이른바 렌트푸어가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28조원에 달했다. 이는 2012년 말 기준 23조4000억원에 비해 4조6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신규로 집행된 전세자금 대출도 지난해 11조3000억원으로 최근 3년간(△2011년 8조5000억원 △2012년 10조2000억원) 가장 많은 대출이 이뤄졌다.
치솟는 전세금을 대출로 메꿨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전·월셋값 상승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도 없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매달 지출해야 할 비용이 더 큰 월세로 전환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에 전세난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서민의 주거 여건이 더 악화됐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장 팀장은 “전세 매물이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규제 완화 영향으로 집값마저 상승곡선을 그려 서민들의 주거환경은 더욱 어렵게 됐다”면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폐지, 소형 평형 의무비율 폐지 등 정부의 전폭적 규제 완화의 온기가 전체적 부동산 시장으로 퍼질 수 있도록 할 만한 획기적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