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선 적잖은 성과를 이뤄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원칙을 지키면서 때로는 유연성을 발휘한 결과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두 가지를 얻어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끊임없는 독도찬탈 야욕도 비교적 잘 막아냈다.
경제부문에서도 기본은 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3년 연속 무역규모 1조 달러, 사상 최대 수출, 역대 최대 무역흑자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 이 때문에 경상수지 흑자는 사상 최대에 달했다. 경제성장률도 2.8%로 2012년(2.0%)보다 0.8%포인트 끌어올렸다.
그러나 이런 지표들이 서민들의 주머니까지 채워주지 못 한 점은 아쉽다.
정치, 사회 분야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이 들린다. 복지와 경제민주화 공약은 퇴보했고,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코레일 파업사태,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등에 대한 정부의 미숙한 대응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특히 여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입법을 위해 매일같이 야당과 싸우는 데 정부는 팔짱만 껴왔다. 대통령이 채근하면 그때서야 움직이는 시늉만 했다. 개각설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 스스로 변하지 못하면 강제로라도 사람을 바꾸는 게 맞다. 인사가 만사라는 건 어느 한 쪽의 주장이 아닌 국민의 일관된 목소리다.
대통령이 ‘비정상의 정상화’를 내세우며 공공기관 개혁에 나선 건 그나마 잘 한 일이다. 공공 부문 개혁은 우리 경제의 질적 변화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필수조건이다. 얼마만큼 실천하느냐가 관건이다. 요즘 들어 부쩍 눈에 띄는 ‘낙하산 인사’는 대통령이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정상화 개혁을 하루아침에 말아먹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소재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임기는 앞으로도 4년이나 더 남았다. 정부를 포함해 국내 정치가 안정되지 못하면 남은 임기에도 잡음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올해는 이번 정권이 들어선 이후 처음으로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고, 2016년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다. 결과에 따라 국정운영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고, 그 반대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치가 어지럽고 대통령의 레임덕이 오는 순간 이미 그 정부는 식물정부가 된다. 임기를 다하는 날까지 국민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 1년간 각종 연설 등에서 ‘국민’(379회), ‘우리’(310회)라는 단어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고 한다. ‘국민’은 나라의 주인이고 ‘우리’는 사회공동체다. 대통령이 이런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는 건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제 집권 2년차에 접어들었다. 대통령은 참모진의 달콤한 속삭임에 현혹돼선 안 된다.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지금보다 눈을 더 크게 뜨고 귀를 더 크게 열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우리’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보고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