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200명 모아놓고 ‘준법영업’ 11시간 교육
“선의로라도 리베이트 영업을 계속할 생각인 영업사원이 있으면 당장 회사를 떠나세요.”
이우석 코오롱제약 대표이사가 22일 과천 코오롱 본사 강당에서 유례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리베이트 영업이 관례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제약업계인 만큼 꼼수를 부려 영업활동을 하는 임직원을 철저히 단속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영업사원 200명을 대상으로 평소 자신의 경영철학인 ‘준법경영’을 한층 더 강화하고 체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하루 장사를 아예 접었다. 원리와 원칙에 따른 경영을 지켜내기 위해 오전 10시부터 저녁 9시까지 꼬박 11시간을 할애했다. 가뜩이나 영업하기 어려워 하루하루가 아쉬운 요즘 제약업계에서 이 같은 결정은 쉽지 않다. 이른바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준법경영의 고삐를 더욱 죄기 위해서다.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같은 약이 두 번 이상 리베이트로 적발될 경우 해당 약을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서 삭제하는 제도다. 업계는 이를 사실상 시장 퇴출로 인식하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는 의약품이 단 두 번의 리베이트 적발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더 이상의 불법 영업은 회사의 존폐와 직결된다”며 “평소보다 더욱 강한 준법경영이 필요한 때다”고 강조했다.
사실 이 대표는 2008년 코오롱제약 대표이사로 부임할 때부터 법과 원칙을 준수할 것을 강조해왔다. 앞서 1980년부터 2000년까지 20년 동안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인 상공부에서 행정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불법으로 얻은 1등은 결국 패배하며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는 ‘올바른 일을 하는 것’임을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가장 먼저 실적이 아닌 과정을 중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여전히 매출을 많이 하는 영업사원이 최고라는 인식이 팽배한데, 그런 시대는 지났다”며 “제대로 영업하는 직원에게 포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리베이트 투아웃제에 대해 제약업계가 맞는 가장 큰 변화이자 기회로 정의하고 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을 역설했다.
그는 “리베이트 영업이 만연한 제약업계에서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우리나라 제약사가 맞는 큰 변화”라며 “누가 여기에 잘 적응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린다”고 말했다. 그는 “생존하는 자는 ‘강자’가 아니라 ‘적자’”라면서 “우리는 이제 적자가 돼 적자생존의 표본을 보이자”고 독려했다.
그는 이어 “항상 그렇듯 변화와 위기는 기회의 다른 말”이라면서 “모든 제약사가 같은 조건에 놓여 있으니 우리가 적자생존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자”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날 자율 준수 관리자와 준법 감시인을 지정하고, 회사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준법경영 강화를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