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포 영화, 올 여름 개봉 드문 이유?

입력 2014-06-19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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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접’ㆍ ‘소녀괴담’ 외 전년대비 개봉 편수 대폭 하락

▲7월 3일 개봉할 영화 '소녀괴담'. (사진=리틀빅픽쳐스)

무더운 여름이 다가오면 시원하게 에어컨을 틀어놓은 극장 안에서 간담을 서늘케 하는 공포 영화(호러 영화, Horror Movie) 한 편이 간절해진다.

6월의 중순을 맞이한 가운데, 올 여름 충무로에는 공포 영화의 개봉 소식이 유난히 드물다. 지난 5월 29일 개봉한 영화 ‘귀접’, 내달 3일 개봉할 영화 ‘소녀괴담’, 하반기 개봉 예정인 국내 첫 입체 공포 영화 ‘터널 3D’ 등의 소식을 제외하곤 말이다. 관객에 불안과 공포를 불러일으키도록 의도된 호러 영화는 올해 왜 국내에서 부진을 맞이한 것일까.

매년 이맘때면 줄줄이 개봉하는 공포 영화들은 작년까지만 해도 풍성한 편이었다. 지난해 6월 5일 개봉한 옴니버스 영화 ‘무서운 이야기2’, 6월 20일 개봉한 ‘꼭두각시’와 ‘닥터’, 6월 27일 개봉한 ‘더 웹툰: 예고살인’ 등이 그 대표적 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이 지난 5월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개봉한 이 영화들은 각각 49만 5522명, 3만 1713명, 6만 8312명, 120만 1033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했다. 이는 가까스로 손익분기점(BEP)을 맴돌거나 넘어서지 못한 수준이다.

▲5월 29일 개봉한 영화 '귀접' 스틸컷. (사진=휘엔터테인먼트)

이 같이 아쉬운 성과가 올해 국내 공포 영화의 제작을 주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의견이다. 최봉석 영화평론가는 “인기나 유행의 척도에 따라 작품을 만들어내는 국내 장르 영화계의 성질이 적용된 것이다. 국내에도 공포 영화에 대한 관객층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국내 제작자 입장에서 제작 자체를 너무 안이하게 생각해온 경향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국내 제작자는 저예산 제작이 가능하다는 장르적 장점에만 안주해 공포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뜨려왔다. ‘13일의 금요일’(1980), ‘나이트 메어’(1984) 등 할리우드 공포영화 고전으로부터 파생된 호러 영화 장르가 완성도를 높이며 진화를 거듭해온 것과 상반되는 상황이다. 국내 호러 영화는 공포영화를 계승, 발전하기보다 질적 저하를 보여왔다.

공포영화의 위축에 대해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공포 영화의 한 장르인 악령, 주술 등과 관련한 오컬트 영화는 문화권의 특성상 국내 정서에서는 여전히 흥행적 폭발력이 떨어져 한계를 지닌다. 더불어 공포 영화가 전달하는 긴장감은 느와르 장르를 통해 최근 만족시키는 추세다. 이에 국내 공포 영화의 입지가 더욱 줄어들었다”고 문화적 이유를 꼽았다.

한편 한국 공포영화가 위기가 초래되면서 신인등용문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김규리, 박진희, 최강희, 박예진, 송지효 등을 발굴한 ‘여고괴담’시리즈처럼 국내 공포 영화는 다른 영화에 비해 저예산과 다양한 실험, 독창적 시도를 할수 있어 다른 장르에 비해 신인을 과감하게 주연으로 포진시키는 이점이 있어 신인 배출 창구 역할도 톡톡히 해왔지만 최근 이러한 순기능도 상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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