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 해외 제약사에 잠식” 우려 목소리 높아
정부가 약가인하,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등 규제를 강화하자 국내 제약회사들이 ‘코프로모션(해외제약사와의 의약품 공동판매)’에 몰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신약개발은 뒷전으로 하고 해외 제약사에게 시장만 내어준다는 비판과, 개발을 위해선 안정적인 매출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공동판매 계약을 맺은 의약품은 모두 60여 개에 달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의 계약이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시행되는 올해에 이뤄진 것이다. 이는 하나의 약품으로 두번 이상 리베이트를 하다 적발될 경우, 해당 약품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영구 취소하는 제도이다. 2일부터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제약사의 영업력은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또 직전에 시행된 리베이트 쌍벌제(뒷돈을 준사람과 받은사람을 모두 처벌하는 규정)와 약가일괄인하정책 역시 제약사의 영업력 축소와 순수익 감소를 불러왔다.
이에 제약사들은 신약개발보다 코프로모션을 통해 매출에 ‘땜질’을 하는 상황이다. 즉 서로의 유통망을 활용해 감소한 매출을 채우는 것이다.
동아제약은 현재까지 GSK에 대한 판권 14개를, 한미약품은 MDS의 제품 판권 9개를 사들였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액의 4분 1이 공동판매에서 나왔고, 지난 4월 아스트라제네카와 고지혈증 치료제 ‘크레스토’의 판권을 계약했다. 2일부터 리베이트 투아웃제가 본격 시행되면, 공동판매 비중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신약 개발이 어려운 중소기업 역시 코프로모션에 집중하고 있다. 제일약품은 한국룬드벡의 항우울제 ‘렉사프로정’을, 안국약품은 한국 산도스의 천식치료 흡입제인 ‘에어프루잘 포스피로’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제약사들이 신약개발보다 유통에만 전념하다 보니, 국내시장을 해외 제약사에게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토종 신약이 2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경쟁이 치열한 제네릭(복제약)을 중심으로 영업을 하는 국내 제약업계의 특성상, 해외의 오리지널 제품이 높은 시장성을 가질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면 국내 의약품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제약사 스스로도 우려하는 이유다.
반면, 제약사들은 규제로 떨어진 매출을 유지키 위한 어쩔 수 없는 방편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안정적인 매출 없이는 신약개발도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리베이트 등 불법은 근절하되, 신약개발을 장려할 수 있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신약개발연구조합은 대표적으로 신약임상3상 시험용 대조약에 대한 보험급여 적용, 임상3상 시험에 대한 국가 R&D 연구비 지원, 신약 가격 결정과정 개선 등을 꼽고 있다.
관계자는 “리베이트 등 불법 근절과 함께 개발을 장려하는 중장기적인 정책적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처럼 정책이 규제 일변도로 흐르면 제약사는 리베이트나 공동판매에 더욱 몰두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