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금융시장부 기자
금융위원회는 올해 초 업무보고에서 장애인이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장애인 전용 연금보험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 금융위는 지난 4월 중으로 보험사들에게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라고 지시했지만 보험사들은 난색을 표했다.
장애인은 일반인에 비해 사망률이 6배나 높아 리스크가 큰 데도 불구하고 정확한 통계자료 구축이 덜 됐고 충분한 검토과정 없이 정부의 주문에 따라 만들어진 이들 상품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금융위는 보험사들에게 출시를 재촉했고 지난 5월 장애인 연금보험이 나왔다.
하지만 장애인 연금보험의 판매 실적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NH농협생명과 KDB생명 두 생보사가 출시한 보험의 신계약 건수는 매달 100~200여건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감소하는 추세다.
장애인 전용연금보험은 MB정부 출범과 함께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저소득층 장애인들에게 혜택이 적게 돌아갈 수 있다는 소득의 역전성 때문에 정부의 보험료 지원이 제외된 상황에서 지난 6년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돌았다.
이처럼 6년간 문제를 풀지 못했는데 불과 몇 개월 만에 상품이 나왔다. 업계의 지적은 무시한 채 말이다.
물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보험상품을 출시해 지원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한다. 하지만 보험상품의 특성상 장기적으로 정확한 위험요율 통계 데이터를 확보한 뒤 계획해야 한다.
또 정부가 막무가내로 출시만 독려할 것이 아니라, 수익을 창출하는 민간 보험사에게 지원을 해줘야 한다. 실제 농작물재해보험은 정부와 지자체에서 보험료를 지원해줘 농가 부담 보험료가 20%에 불과하다. 때문에 지난 2001년 도입 이후 12년 만인 2013년 가입 농가 수는 2만2866호에 달하고 있다.
탁상행정으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던 ‘녹색자동차보험’,‘곰두리보험’,‘자전거보험’ 등의 원인을 이제는 금융당국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