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유상증자에 범 현대가가 불참키로 하면서 경영권 분쟁 위험을 덜게 된 현대엘리베이터도 증자에 절반만 참여하기로 했다.
23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지분 6.06%를 보유한 현대건설이 현대상선 신주인수권증서 169만7133주를 장외에서 처분했다. 매매가격은 주당 970원대로 총 16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일에는 현대상선 주요주주인 현대중공업(12.85%)과 현대삼호중공업(5.75%)이 각각 신주인수권증서 359만8197주, 160만9719주를 주당 970원씩 받고 투자자문사인 시너지파트너스에 전량 매각했다.
신주인수권증서는 상장기업의 주주배정 유상증자 시 기존주주가 다른 투자자에 우선해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다. 기존주주는 유상증자를 포기하는 대신 이 증서를 팔아 지분 희석과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만회할 수 있다.
결국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범 현대가 모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고 비슷한 시기에 똑같은 가격으로 신주인수권증서를 전량 처분해 자본이득을 취한 것이다. 범 현대가는 현대상선의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한 것이 사실상 이번이 처음으로, 2012년과 2013년 두 차례 유상증자에서 증자에 참여하지 않음은 물론 신주인수권증서도 매매하지 않았다.
범 현대가에서 증자 불참에 나서자 이를 확인한 현대상선 최대주주 현대엘리베이터도 증자에 절반만 참여키로 했다. 지분 경쟁 위험이 없는 만큼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해 증자 참여 부담을 덜고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 11일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한양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 다수의 금융사를 대상으로 주당 1360원씩 받고 배정받은 신주인수권증서의 55%인 341만9632주를 장외매도해 46억5000만원을 현금화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신주인수권증서를 처분해 증자 참여 규모가 449억원에서 200억원대로 줄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신주인수권증서 매각은 이번이 처음으로 경영상의 판단”이라며 “다른 이유를 말하기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말을 아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미 지분 격차가 상당한 만큼 범 현대가 매각을 보고 현대엘리베이터가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범 현대가 지분이 상당해 양측의 화해나 분쟁 종료를 말하기는 이른 감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