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대의 사기대출을 받은 혐의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모뉴엘 박홍석<사진> 대표가 징역 23년형을 선고 받으면서 과거 모뉴엘이 밟았던 행보에 대해 다시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에 따르면 재판부는 이날 박 대표에게 징역 23년과 함께 벌금 1억원, 추징금 361억원을 선고했다. 허위수출 계약서를 작성해 거래가 없는 컴퓨터를 수출한 것처럼 꾸며 보증을 받고, 막대한 금액을 대출했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대표 금융기관 10곳이 피해를 입었고, 미상환금액도 5400억원이 넘는 상황이다.
모뉴엘은 창업 10년이란 짧은 기간에 성공과 몰락을 한번에 경험했다. 독특한 디자인과 혁신성으로 전 세계인들의 눈길을 끌며 주목을 받았지만 실제 영업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삼성전자 출신의 ‘영업 달인’ 박 대표를 영입한 것도 결론적으로 회사를 주저앉게 하는 패책이 됐다는 평가다.
2004년 원덕연 부사장이 설립한 모뉴엘은 홈시어터 PC는 물론 로봇청소기, 올인원 PC, 식물관리기 등 종합가전 제품들을 연구개발·판매했다. 특히 모뉴엘은 제품 혁신성과 디자인, 내구성, 친환경성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왔다고 홍보해 왔다. 2007년 빌 게이츠가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엔터테인먼트용 PC를 만드는 모뉴엘 같은 회사를 주목하라”고 언급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것도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모뉴엘의 성공가도는 계속됐다. 매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CES에서 혁신상을 꾸준히 받으면서 일약 혁신가전업체로 떠올랐다. 이에 모뉴엘은 2011년 수출 2억달러를 달성했다고 밝히는 등 국내에서 수출 우량기업으로 인정받았다. 장부상 매출액도 2012년 8251억원에서 지난해 1조2000억원대로 증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약 ‘1조 클럽’으로 등극했다. 창업 10년 만에 이룬 엄청난 성과에 정부와 업계에선 모뉴엘을 국가대표 히든챔피언 기업이라고 치켜세웠다. 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들의 대출·보증 등이 자연스럽게 몰려들었다.
하지만 모뉴엘의 성공은 ‘거짓 성공’이었다. 모뉴엘은 제조업체였지만, 제대로 된 생산공장도 없었다. 그나마 있는 국내 공장은 중국산 부품을 단순 조립하던 곳에 불과했다. 매출도 마찬가지다. 매출이 1조2000억원이었던 지난해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유입은 15억원에 불과했다. 수출매출채권 규모를 부풀려 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들의 눈을 속였던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은 모뉴엘을 다녔던 직원들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표의 모럴해저드도 심각했다. 정작 회사는 매출을 일으키지 못하는 상황까지 처했지만 박 대표는 모뉴엘 자회사인 잘만테크에 자신의 동생을 대표이사로, 75세 모친을 감사로 임명했다. 등기임원 4명 중 3명이 직계가족이다.
최근엔 내홍도 발생하면서 붕괴 조짐을 보이기도 했다. 창업자인 원덕연 부사장이 회사 경영 문제로 박홍석 대표와 갈등을 빚으면서 퇴사했던 것. 모뉴엘을 다녔던 한 직원은 “그동안 디자인 개발에만 주력해오던 원덕연 창업자가 올해부터 경영에 관심을 보이자 박홍석 대표가 지난 조직개편에서 원 창업자를 내쳤다”면서 “그때부터 여러 직원들이 줄줄이 이탈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