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3년간 들고 있던 펀드를 환매했습니다. 내내 마이너스였다가 수익률이 겨우 플러스로 돌아섰거든요. ‘이제는 오르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또 애간장 태우기 싫어 과감히 해지했습니다.
그런데 수수료에 세금까지 떼고 나니 손에 남는 게 없더군요. 은행 이자보다 못한 수익에 화가 벌컥 났습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주머니에서 돈 안 나간 게 어디냐며 위안을 삼았죠. 쓸데없이 빵빵한 통장 지갑에 괜한 화풀이만 했네요.
저 같은 분들 많을 겁니다. 은행 예금금리는 1%대까지 떨어졌고, 코스피지수는 연말인데도 맥을 못 추고 있죠. ‘장판 밑에 돈 깔고 살까’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뾰족한 재테크 수단이 안보이는 요즘, 새로운 절세상품이 도입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재형저축과 소득공제 장기펀드(이하 소장펀드)의 빈자리를 채워 줄 대표적인 절세상품입니다.
ISA가 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ISA란 예금과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다양한 금융 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는 ‘만능통장’입니다. ‘○○은행 적금’, ‘△△증권 CMA’를 한 개의 통장에 몰아넣은 거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통장 지갑이 '쓸데없이' 빵빵해질 일은 없겠죠.
ISA가 왜 좋으냐고요? 세금을 아낄 수 있습니다. 재형저축과 소장펀드는 오는 31일 판매가 종료됩니다. 내년부터는 그 자리를 ISA가 대신하게 되죠.
얼마나 절약할 수 있느냐고요? 소득 5000만원 이하 가입자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초과 부분에 대해서는 9.9% 분리과세가 적용되죠.
감이 안 오시죠?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연봉 4500만원을 받는 제가 A 펀드에 가입해 250만원의 투자 수익금을 벌었습니다. 지금의 세법대로라면 전 38만 5000원(15.4%)을 이자소득세로 물어야합니다. 하지만 비과세 혜택이 주어지는 ISA에서는 이 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수익이 더 생기면요? 250만원 초과분에 대해 9.9%만 세금으로 떼면 되죠. 만약 투자로 500만원을 벌었다고 하면 (500-250) x 9.9% = 24만 7500원이 이자소득세로 빠져나가겠네요. 원래대로라면 77만원이나 내야 하는데 말이죠. 52만 2500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가입 자격이 어떻게 되느냐고요?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통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소득 증빙이 어려운 농어민들도 가능합니다. 단, 1년에 버는 돈이 5000만원 이하여야 하고요.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3년 동안 가입을 유지해야 합니다.
연말정산 시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올해 초 세금 폭탄을 맞은 분들이라면 걱정이 태산이실 텐데요. 저도 방금 국세청 홈택스 들어가 ‘연말정산 미리보기’를 해봤더니 한숨만 나옵니다. 절세 관련 상품이 ‘청약’ 달랑 한 개 밖에 없네요.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말한 벤자민 프랭클린의 명언이 떠오릅니다. 수익 안 나는 펀드에 발끈할 게 아니라 절세상품부터 꼼꼼히 살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