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체납을 이유로 출국 금지된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취소처분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몰락한 재벌들이 세금 체납한 사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1000억 원대 세금을 체납 중인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의 부인은 헌금은 내도 세금은 못 낸다는 의사를 밝혀 비난을 받기도 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매년 공개하는 고액 체납자 명단에는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을 비롯해 기업 경영인 또는 그 가족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재벌총수 가운데 고액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 대부분은 그룹 부도로 몰락한 이들이다. 거꾸로 호화생활을 여전히 이어가고 있지만 세금은 내지 않아 비난을 받고 있다.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과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체납액은 국세청을 통해 공개된 시점을 기준으로 각각 2252억여 원과 1073억여 원이다.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의 체납액 709억여 원보다 많다.
밀린 세금의 30% 이상을 납부하면 체납자 명단에서 삭제될 수 있지만 이들은 최대 13년째 이름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정태수 전 회장과 최순영 전 회장은 2004년, 조 전 부회장은 2013년 각각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중 일부는 비록 그룹이 몰락했지만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을 받는다.
서울시는 지난 2013년 최순영 전 회장이 체납한 지방세를 징수하기 위해 가택을 수색한 끝에 금품 1억여 원을 압류한 바 있다.
조동만 전 부회장은 2011년 출국이 금지되기 전까지 총 56차례에 걸쳐 출국해 503일 동안 해외에 머물렀던 사실도 확인됐다. 출국금지를 둘러싼 행정소송 과정에서 여행 경비에 대해 뚜렷하게 소명하지 못했다.
조 전 부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소송을 심리한 1·2심 재판부는 모두 "소송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납부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혔다"고 설명했다.
호화로운 생활을 누리면서도 천문학적인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졌지만 이들에 대한형사처벌은 이뤄지지 않고있다.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조세범 처벌법은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재산을 숨기거나 빼돌린 경우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 경우 검찰은 국세청 또는 세무서의 고발을 접수해야만 체납자를 재판에 넘길 수 있다.
앞서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은 "모든 재산이 압류돼 있고, 생활기반도 국내에 있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조 전 부회장은 가족들이 부유한 생활을 한다고 지적받자 "가족들이 세금을 대신 내줄 수는 없는 것"이라고 맞섰다. 아울러 "세금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1·2심은 조 전 부회장이 과거 출국금지 처분을 받기 전까지 56차례에 걸쳐 출국해 503일 동안 해외에 머무는 등 은닉한 재산을 도피시킬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2심은 "조 전 부회장이 출국 목적을 관광·출장 등으로 막연하게 밝히며 비용 출처도 뚜렷하게 설명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솔그룹의 자산 승계 내역 등에 비춰볼 때 조 전 부회장은 이미 압류된 것 외에도 여전히 재산을 가지고 있고, 출국을 허용하면 과세 당국의 강제집행을 곤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