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를 위한 8번째 쇼핑에 나섰다. 미국 퀀텀닷 소재 기업 ‘QD비전’ 자산 인수에 뛰어들며, 차세대 TV 방식으로 밀고 있는 퀀텀닷의 기술력 강화에 나선다.
정칠희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장 사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사옥에서 열린 사장단회의에 참석하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QD비전의)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QD비전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인수 예상가격은 7000만 달러(약 830억 원)이다. 1~2주 내 최종 인수를 완료할 것으로 보인다.
QD비전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출신 연구자가 설립했으며, 퀀텀닷 관련 원천 특허를 다량 보유하고 있다. 퀀텀닷은 빛을 정교하게 만들어낼 수 있는 나노미터(10억 분의 1m) 크기의 반도체 입자로, 전력 사용량 증대 없이도 화질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QD비전은 중국 TCL에 퀀텀닷 필름을 공급하고 있으며, 소니와 개발 협력을 맺는 등 퀀텀닷 부문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 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QD비전의 지적재산권(IP) 인수다. 기업 자체를 인수·합병(M&A)하는 지분 인수가 아니라, 자산 인수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로 삼성전자는 퀀텀닷 특허 경쟁력과 기술력을 강화하며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벌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퀀텀닷을 선택하고, 지난 2010년 나노시스에 지분 투자를 통한 기술 협력에 나선 바 있다. 현재 출시된 퀀텀닷 TV는 필름 증착으로 화질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향후 퀀텀닷 소재 자체가 발광소자의 역할을 하는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삼성종합기술원을 중심으로 퀀텀닷 소재와 차세대 QLED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QD비전의 기초 기술과 삼성종합기술원의 응용 기술이 융합한다면, 퀀텀닷 개발의 큰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면서 “더불어 QD비전의 퀀텀닷 원천특허를 활용하면 잠재적 특허 소송의 선제적 대비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QD비전 인수로 기술력이 강화된다고 해도 QLED 구현을 위한 기술적 난제가 많은 만큼, 당장 눈에 띄는 성과는 나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QLED TV 조기 출시설에 대해 김현석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은 “제가 말씀드릴 사안이 아니다”라고 짧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