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었던 '차등의결권'을 국내에도 도입해야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안정적인 장기투자와 외부 헤지펀드에 의한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도입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경연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2004년 1%에서 2015년 13.5%로 증가했다. 특히 구글, 페이스북, 그루폰, 링크드인 등 최근 급성장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이 중 구글이 차등의결권의 효과를 크게 봤다고 한경연 측은 설명했다.
2004년 상장에 나섰던 구글은 당시 1주당 의결권 10배를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 동창업자들이 지분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단기 실적보다 장기적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둔 경영활동이 가능했고, 상장 11년 만에 매출액 24배, 영업이익 30배, 고용 21배 수준으로 성장했다고 한경연은 평가했다.
반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고 상장했던 애플은 곤욕을 치렀다. 애플 주식 680여만주를 보유했던 헤지펀드 그린라이트캐피탈은 지난해 애플에 1371억 달러(우리 돈 약 150조)를 배당하라고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그린라이트캐피탈은 애플이 배당을 거부하자 소송전까지 불사했다.
일부 국가는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의 수익률이 더 높았다. 한경연이 캐나다 기업 가운데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 24개사의 10년 평균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3.7%로 집계됐다. 이는 일반 상장기업 평균 수익률 1.1%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영진의 남용 문제 등으로 도입논의 조차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차등의결권은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 신산업 발굴 등을 돕는 장점이 많은 제도"라면서 "자금력이 약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만큼 도입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