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입찰 담합, 과징금보다 더 무서운 것은

입력 2018-06-0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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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전승재(35·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전승재(35·변호사시험 3회)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담합 중에서도 특히 입찰 담합을 한 사업자에게는 공정위가 더 많은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제도에 대해서는 지난 회에서 살펴보았습니다([바른 공정거래-Law] 입찰 담합을 하면 얼마의 과징금이 부과될까요).

그런데 공정위의 과징금보다 더 무서운 징벌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발주 공공기관이 부과하는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입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당하면 최대 2년까지 공공입찰 참가를 못 하게 됩니다. 처분을 내린 당해 발주기관은 물론이고, 전국의 모든 국가기관(조달청 등), 지방자치단체, 공기업·준정부기관이 발주하는 입찰에 참가할 자격을 잃습니다. 뿐만 아니라 수의계약도 원칙적으로 체결할 수 없게 됩니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이 무서운 이유는 공공부문 매출을 원천 봉쇄시키기 때문입니다. 공공 사업을 주로 하는 회사에게는 "굶으라"는 것과 다를바 없습니다.

게다가 입찰에 못 들어오게 하는 기간도 깁니다. 담합에 단순 가담한 자는 최대 6개월, 담합을 주도한 자는 최대 1년, 담합을 주도하여 낙찰까지 받은 자는 최대 2년의 제재를 받습니다. 위법성이 경하다고 특별히 인정되면 절반으로 감경될 여지는 있지만, 그래도 3개월에서 1년입니다. 다른 법에서 내리는 영업정지 처분이 통상 1~4주 단위인 것에 비하면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은 제재기간이 매우 긴 편입니다.

제도 운영상의 부조리도 흔히 발생합니다. 예컨대 동종 품목에 대한 입찰을 두 지자체에서 각각 발주했는데, 두 업체가 하나씩 '나눠먹기' 한 사실이 적발되었다고 합시다. 여기서 담합 행위의 수는 '한 개'입니다. 그런데 두 지자체가 각 업체에게 1년씩의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부과하는 경우를 상정해 보겠습니다.

i) 두 지차제가 우연히 ‘동시에’ 처분을 부과하면 사업자는 1년 동안만 입찰참가가 제한되는 반면,

ii) 두 지자체가 각각 1년씩의 시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절차를 진행하면 사업자는 자칫 2년간 입찰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동종 처분이 중첩되는 경우에 대한 고려가 법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형법 제37조는 위와 같은 우연한 사정에 의해 총 형량이 더 늘어나지 않도록 하는 안전창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에 대해 규정한 국가계약법 등에는 그런 조항이 없습니다.

실무에서는 이러한 부조리를 겪을 경우, 마냥 굶을 수 없기 때문에 '집행정지신청' 제도를 주로 이용합니다. 먼저 내려진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선행 처분)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당분간 임시로 입찰에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하는 것입니다. 이 제도는 소송 진행 중 제재 기간이 끝나버려 향후 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실효성이 없게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행정소송법상의 구제 수단입니다. 이렇게 선행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켜 놓은 동안 다음 지자체의 처분(후행 처분)이 내려지면, 선행 처분에 대한 소송 및 집행정지신청을 취하해 버립니다. 이 경우 취하일부터 선행 처분의 효력이 다시 발생하므로, 선행 처분과 후행 처분이 동시에 진행되도록 해 합계 1년 동안만 입찰참가자격을 제한 당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편법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마지막으로, 민간이 발주한 입찰에서는 담합을 하더라도 국가가 입찰참가자격 제한 처분을 부과하지는 않습니다(물론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당해 발주기관(주로 대기업)의 사규에 '담합한 협력업체는 일정 기간 입찰에 못 들어온다'는 조항을 둔 사례가 많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입찰에 들어가려는 사업자로서는 담합 근처에도 가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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