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에서 온수관 파열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숨지고 23명이 다친 가운데 현장 목격 시민은 "100도의 물이 도로로 솟구쳐 올랐다. 마치 뿌연 안갯속에서 사우나에 갇혀 있는 느낌이 도로에서 나 위험하고 공포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 현장 목격자 A 씨는 5일 방송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오후 8시 40~50분께 사고가 났다고 하니깐 제가 한창 운동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갑자기 작은 아이가 전화가 와서 '아빠, 지금 여기 불난 것 같은데 앞도 안 보이고 불도 꺼졌어'라고 했다"며 "그래서 내가 너무 당황해서 흥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주변에 어른들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어른이 있다고 해서 바꿔달라고 했더니 지금 있는 곳에서 불이 난 건 아니고 옆에서 불이 난 것 같다고 하더라. 연기가 엄청나게 많이 들어오고 있다고"라고 언급했다.
A 씨는 "사고 당시 주변 어른들도 건물 안에서는 화재가 난 것으로 생각을 한 거다. 그래서 밖에 내다봤더니 소방차들이 엄청 많이 와 있었고, 안개가 자욱해서 대관령이나 올라갈 때 안개 끼면 앞이 안 보이는데 그런 상황처럼 건물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증기가 가득하더라"면서 "오후 9시께였는데 그때도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3~4층 높이가 수증기가 자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옷을 챙겨입고 나갔는데 나가서 보니까 인도까지 온수물이 차올랐다. 그게 그냥 빗물이나 이런게 아니라 라면 끓는 물처럼 100도가 넘는 뜨거운 물이 넘쳐난 것이었다"라며 "용암수처럼 부글부글 막 끓어오르더라"라고 말했다.
아울러 A 씨는 "내가 SNS에 올린 사진을 보면 '백석역 인근 온수관 파열'로 직접 사고를 당한 차량인 것 같은데 그 사고가 앞부분이 매몰돼 있었다. 내가 가서 사진을 찍을 때는 물이 솟구쳐 오르지는 않았는데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앞쪽에서도 물이 엄청나게 솟구쳤다고 하더라"라고 덧붙였다.
사망자가 나온 사고 차량에 대해 그는 "제가 당시 상황을 본 건 아닌데 그곳이 노상 주차가 가능한 곳이었다. 노상 주차가 허용되는 곳이라 그 주차된 차량이 피해를 입은 것 같다. 편도 1차선이기 때문에"라고 전했다.
부상자 23명이 발생한 데 대해서는 "주변에 워낙 뜨거운 물이 솟구치다보니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못 나온 사람들도 있었고, 그곳을 지나면서 그 물을 맞았던 사람들이 화상을 입었던 것 같다"며 "정말 많이 놀랐다. 그냥 비가 와서 하수관이 터진 사고가 아니고 100도의 물이 도로로 솟구쳐 오른건데, 이런 사고는 상상을 못 했다"라고 토로했다.
앞서 고양시와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에 따르면 4일 오후 8시 41분께 일산동구 백석동 지하철 3호선 백석역 인근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가 관리하는 850mm 열 수송관이 터졌다. 사고가 난 수송관은 1991년 설치된 것으로, 30년 가까이 된 낡은 배관에 균열이 생긴 뒤 내부의 엄청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파열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한국지역난방공사 고양지사는 전날 파열된 백석역 인근 온수관이 5일 오전 7시 55분 임시복구가 완료돼 난방이 재개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