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선거제도...노조 “회원 선거 명문화해야”
다만 이사장이 그 지지를 등에 업고 전권을 휘두르는 문제가 생기곤 한다. 따라서 선거는 그들을 심판하는 장치로도 쓰여야 한다. 하지만 선거인단이 ‘소수 집단’이고, 피선거인과 ‘밀접한 관계’라면 선거의 견제장치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새마을금고 이사장 황제경영 문제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19일 새마을금고법에 따르면 금고의 이사장은 ‘세 가지’ 방식으로 선출될 수 있다. 총회, 회원 그리고 대의원회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회원’에게 투표권을 주지 않았다. 새마을금고는 고객을 회원이라고 부르는데, 이들은 이사장을 선출할 자격조차 없었다. 불법 선거가 난립하다 보니 행정안전부가 개정안을 낸 것이다. 하지만 이 개정안은 ‘강제성’을 부여하지 않았다. 여전히 대부분 금고는 ‘회원’대신에 ‘대의원’ 선거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금고는 정관에 따라 투표 방식을 결정할 수 있는데, 대의원 선거를 고집하는 이유는 선거인단(대의원)을 쉽게 관리할 수 있어서다. 우선 대의원의 자격 조건은 이사장보다 벽이 낮다. 특히 한가족 모두가 대의원이 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도 “누구나 대의원이 될 수 있다”는 상호금융의 논리가 작동한다. 대의원 임기는 3년이지만, 연임에 제한은 없다.
금고의 크기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평균 100~200명이 대의원으로 있다. 사실상 수많은 회원을 대표하는 성격이지만, 대부분의 금고에서는 이사장을 지켜주는 ‘방탄’으로 움직인다. 심지어 이사장 외의 임원은 여전히 대의원으로만 선출된다. 이사장, 임원, 대의원의 권력은 같은 선에서 움직이는 것이다.
우선 대의원은 총회에 참석할 때마다 기본 수당으로 10여만 원을 챙긴다. 교통비, 식비 등의 명목이다. 원래는 현금이 아니라 사은품 등으로 제공하는 방식이어야 하지만 금고 예산에서 ‘실비’ 명목으로 편성하면 현금으로 얼마든지 줄 수 있다. 대개 공식적인 총회는 1~2회 정도로 횟수가 적지만 금고 내에서 얼마든지 대의원에게 물품을 제공할 수 있는 경로를 마련할 수 있는 셈이다. 새마을금고 내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는 “예전에는 대의원 선거에 잘 나서지 않았지만 요즘은 수당도 쏠쏠해 서로 하려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이사장은 대의원을 관리한다는 이유로 불법성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사장이 선거를 앞두고 대의원에게 금품을 주다가 적발된 사례는 적지 않다. 새마을금고 선거가 ‘돈’선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새마을금고중앙회 대표는 전국의 대의원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박차훈 새마을금고중앙회장도 현재 선거권이 있는 대의원에게 선물세트를 보낸 혐의로 재판을 앞두고 있다.
‘대의원제’는 전국의 새마을금고가 겪는 부침이다. 하지만 권력을 쥔 이사장들은 회원 선거를 하면 “선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논리로 방어하고 있다. 대의원제의 문제점에 대해 오랜 시간 투쟁한 결과가 ‘선택적으로 회원 선거가 가능하다’는 조항이다. 이희동 새마을금고노동조합 위원장은 “회원이 이사장을 선출하는 것이 가장 민주적인 방법”이라며 “선택이 아니라 강제사항으로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선출 방식에 대해 강제성을 부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