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춘 한국서련 회장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은 지역 서점의 생명줄"

입력 2019-03-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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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서점은 문화의 산실…소비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겠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이 26일 서울 구로구 연합회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대형서점과 '상생협약' 체결은 민간의 자율적인 참여로 진행된 것인 만큼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입니다. 지역과 소상공인에겐 생명줄이기 때문이죠."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이하 한국서련) 회장은 오는 14일 동반성장위원회, 대형서점과 '서점 상생 업무협약(가칭)'을 체결하는 데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 지역 서점들이 지난 1월 30일 동반성장위원회에 '서적 및 잡지류 소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한 이유가 어떤 간절함에서 비롯된 것인지 강조했다.

최근 서울 구로구 가마산로에 위치한 한국서련에서 만난 박 회장은 지역 서점의 생존 가치에 대해 역설했다. 이날 그는 최근 화두가 됐던 서점의 생계형 적합업종 1호 신청에 대해 "대기업의 신규 인수, 추가 사업 개시·확장이 우후죽순으로 이뤄지면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지금도 법이 있지만, 권장 사항에 지나지 않아요. 수시로 신고했다가 풀어졌다가 하고 있어요. 법적으로 안 되고 자유방임주의가 되면 끝나는 거예요. 지역 서점들은 나 혼자 가슴 치다가 문을 닫는 거죠."

지난 2월 말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이 만료되면서 대형·온라인 서점들의 오프라인 확장을 막고, 동네 서점의 감소 추세를 막을 수 있는 보호 장치가 사라졌다. 실제 동네서점은 2007년 3257곳에서 10년 뒤인 2017년에는 2050곳으로 40% 가까이 줄었다.

한국서련을 비롯한 서점 업계는 교보·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등 대형 서점 외에도 인터파크, 예스24, 알라딘 등 온라인 서점이 생겨나면서 빚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중고 서점 형식으로 온라인 서점에 오프라인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중고 서점이 아닌 신간을 판매하는 서점이에요. 어제 나온 책이 중고책이 되어버리는 거죠."

이번에 체결되는 대형 서점과의 상생협약으로 한숨 돌리게 됐다. 박 회장은 "출간된 지 6개월 이상 지나지 않은 책은 중고 서점에 내놓지 않도록 상생 협약을 체결하는 것"이라며 "다행이다. 정말,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했다. 이번 상생협약으로 서점 생태계 보전, 영세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 수용, 어려운 출판계·서점계와의 상생 노력에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전라북도 전주시에 위치한 서점을 운영하며 30년 넘게 서점업에 몸담고 있는 박 회장은 동네 서점의 쇠퇴 과정을 눈으로 직접 본 인물이기도 하다. 7년째 한국서련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서점은 정가제 시행으로 어려워지기 시작했어요. 이전 정가제는 거의 '할인법'이나 다름없었어요. 신간이 반값으로 할인돼 판매되다 보니 영세한 지역 서점은 하루아침에 어려움을 당하게 된 거죠. 그리고 온라인 서점이 생겨나면서 지역 서점은 도저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박리다매'로 책이 판매됐고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책 수요가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예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7 출판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온라인 서점의 매출액은 1조369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7% 증가했다. 오프라인 서점 1802곳의 매출은 1조3842억 원으로 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30년 넘게 서점업에 종사하고 있는 박 회장은 지역 서점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다. 오는 14일 체결되는 동반성장위원회, 대형서점과 '상생 협약'에 대해 "다행이다"라고 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시장 점유율부터 압도적이에요. 대형 체인 서점이나 온라인 서점이 약 67.8%를 차지해요. 나머지 30% 중에서도 중형 서점이 20%를 가져가면, 학교 앞 작은 서점들은 말 그대로 10%의 영역만을 나눠가지는 거예요. 그것마저 대기업이 하겠다는 건 소상공인을 죽으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10퍼센트도 못 봐주겠다고 하는 건 어떤 명분이든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전자책의 영향은 오히려 미비하다고 봤다. 박 회장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면서 "미국도 전자책에서 종이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지역 서점이 염려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라고 했다.

지역 서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서점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지원만 막연히 기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역 서점에 있는 책을 소비자가 클릭 한 번으로 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원스톱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역 서점이 먼저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 서점은 문화 산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없는 메마른 골목이 되면, 사회가 메말라집니다. 대형 체인 서점은 수익금 전부를 본사로 올리기 때문에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골목 상권이 죽으면, 소상공인은 죽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사회적 간접비용도 많이 들겠죠. 70%가 소상공인인 우리 사회인데, 그들이 다 무너지면 사회가 어떻게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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