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중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 거쳐 확정
허인 국민은행장이 3연임에 사실상 성공했다. 역대 국민은행장 중에는 3연임 사례가 없었다. 허 행장이 첫 사례다.
KB금융지주 계열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대추위)는 20일 오전 회의를 열고 차기 국민은행장 후보로 현 허인 행장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허 행장은 국민은행 내 은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의 자격검증 및 심사, 주주총회 등을 거쳐야한다. 임기는 내년 말까지다.
앞서 대추위는 지난 1년간 안정적인 경영승계를 위해 은행장 자격요건에 부합 하는 내ㆍ외부 후보 풀을 준비해왔다. 지난 9월 28일에는 은행장 후보 선정기준과 절차에 대한 중지를 모은 바 있다.
대추위는 허인 행장의 그간 경영 성과를 높게 평가, 차기 행장 후보로 선정했다. 포스트 코로나19시대의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KB국민은행에 검증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대추위 관계자는 “국내외 영업환경이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리딩뱅크의 입지를 수성하고 있는 점, 빅테크 플랫폼 기반 중심의 금융 생태계 변화에 따라 변화가 필요한 경영상황, 계열사 핵심역량 협업을 통한 시너지 수익 극대화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해 허 행장을 차기 후보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허 행장은 1988년 장기신용은행에 입행한 후 국민은행 여신심사본부 상무, 경영기획그룹 전무, 영업그룹 부행장 등을 거쳤다. 2017년 11월 국민은행장에 취임한뒤 2019년 한차례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국민은행 역사상 3연임은 첫 사례다. 민병덕 전 행장은 3년의 임기를 마치고 물러났다. 이건호 전 행장은 KB사태로 중도 사임해 1년 2개월의 임기를 지냈다. 과거 강정원 행장이 2연임에 성공해 역대 최장수 임기인 '3+3년'을 부여받았으나 중도사임해 5년 8개월 동안 재직했다.
허 행장이 3연임에 성공한 건 대내외적인 요인이 고루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허 행장은 수익성과 리스크 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평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은행권 1위를 기록하고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도 '리딩뱅크' 자리를 지켰다. 특히 올해 금융권을 흔들었던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도 피해갔다.
행장의 짧은 임기가 단기적 성과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허 행장 3연임을 도왔다. 짧은 임기의 CEO는 장기적 안목보다 근시안적 시안으로 사업에 접근할 여지가 크고, 자산 증대 등 단기적인 양적 수치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짧은 임기 때문에 단기적 성과를 내야했던 과거의 방식이 아닌 장기적인 경영 안목이 금융권 내에서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라며 "KB금융 내에서도 허 행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없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