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XPㆍ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ㆍ래티스 반도체, M&A 인수후보로 거론
삼성전자 113조 원 이상 실탄 보유…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투자 가능성 높아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인수합병(M&A)에 나서면서 업계는 110조 원이 넘는 실탄을 보유한 삼성전자의 ‘쇼핑 리스트’에 주목하고 있다.
8일 시장조사기업 IC인사이츠에 따르면 반도체 업계가 올해 M&A에 쏟아부은 돈만 100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반도체 시장의 초대형 M&A 포문은 미국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 엔비디아가 쏘아 올렸다. 엔비디아는 올해 9월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50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미
또, 미국 네트워크 반도체 회사 마벌 테크놀로지 그룹도 동종 업체인 인파이를 인수하기 위한 막바지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들도 M&A 빅딜에 뛰어들었다. SK하이닉스는 인텔의 낸드 사업 부문을 10조3104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번 인수로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5위에서 2위로 단숨에 껑충 오르게 된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은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 이례적으로 직접 참석해 “5년 내에는 낸드 매출을 인수 전 대비 3배 이상 성장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시장은 글로벌 최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의 M&A 방향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기준 총 113조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충분한 실탄을 갖춘 만큼 언제든 M&A에 뛰어들어 수 있다.
수년 전부터 삼성전자가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M&A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삼성전자는 2016년 전장업체 하만을 9조 원에 인수한 뒤 유망 기업에 투자만 할 뿐 M&A 움직임은 사실상 정체돼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첨단 기술과 풍부한 자금력을 지난 삼성전자가 전략적 M&A를 통해 새로운 영역에서 발판을 다질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업계는 향후 남아있는 기술력이 탁월한 M&A 가능 인수 후보에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유력한 회사로 네덜란드 NXP와 스위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미국 래티스 반도체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NXP와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는 지난달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 출장과 함께 주목받았다. 두 회사 모두 이 부회장이 방문하는 국가에 있는 대표적인 반도체 기업들이기 때문이었다.
삼성전자는 2012년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로부터 주문을 받아 모바일기기, 가전, 네트워크시스템에 탑재되는 시스템 온 칩(SoC) 제품을 생산한 바 있다.
NXP는 삼성전자와 근거리무선통신인 UWB(초광대역·Ultra-Wideband) 분야에서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이전에도 삼성전자는 NXP 인수설에 휩싸인 바 있다. 작년 3월 삼성전자는 인수 검토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M&A에 나서게 된다면, 메모리보다는 비메모리에 주목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33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파운드리 및 시스템LSI 사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반도체 비전 2030’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메모리 쪽은 이미 세계 1등이고,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이기 때문에 이쪽으로 좀 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파운드리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 최대한 격차를 줄여나가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외부 요인이 변수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미·중 갈등 등 외적 요인이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